도량이 좁고 간사한 세인(細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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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6년 9월 19일 세자(世子)가 흥덕사(興德寺)에 가서 신의 왕후(神懿王后) 기신(忌晨)에 소향(燒香)하고 나서 바둑 두는 자 2,3인을 불러서 바둑인 위기(圍碁)를 두었다. 충녕 대군(忠寧大君)이 "세자의 지존(至尊)으로서 아래로 간사한 소인배 섬소(憸小)와 놀음놀이를 하는 것도 이미 불가한데, 더군다나 기신에 있어서이겠습니까?"하니 세자가 "너는 관음전(觀音殿)에 가서 잠이나 자라."하였는데, 대개 꺼려 한 까닭이었다. 대군이 항상 세자의 근신하지 못하는 것을 간하기를 "조물주가 이빨을 주고 뿔을 없애고 날개를 붙이고 두 발을 주는 다름이 있고 성인 군자(君子)와 야인(野人)의 분수를 밝히었으니 각각 당연한 법칙이 있지 않음이 없어서 어지럽힐 수 없는 것입니다. 어찌 세인(細人)과 더불어 잗단 오락을 즐길 수 있습니까?"하니 세자가 매우 좋아하지 않았다.

1472년 12월 27일 신창군(新昌君) 맹석흠(孟碩欽)이 와서 아뢰기를 "이웃 사람 박유달(朴由達)이란 자가 창원군(昌原君)과 더불어 교통(交通)하였는데, 우연히 신과 더불어 말하기를 ‘창원군은 음률(音律)을 해득하고 궁마(弓馬)에 능하며, 상벌(賞罰)이 분명하여 그 집 사람들이 모두 이르기를 재예(才藝)가 주상(主上)보다 훨씬 낫다고 하였다고 하기에 신이 이 말을 듣고 감히 아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하니 전교하기를 "경들이 그 말을 듣고 와서 아뢰는 것은 옳다. 그러나 이 것은 경이 전해 들은 것이라 사실 여부를 알지 못하니 그냥 내버려둠이 옳겠다."하였다. 좌승지(左承旨) 신정(申瀞)·동부승지(同副承旨) 김유(金紐)가 아뢰기를 "성상(聖上)께서 세인(細人)의 말을 포용(包容)하여 치지도외(置之度外)하니 이 것은 성덕(盛德)의 일입니다. 그러나 그 말이 부도(不道)하니 국문(鞫問)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하니 전교하기를 "이 것은 맹석흠(孟碩欽)이 친히 들은 말이 아니니 추핵(推劾)하여 인심(人心)을 동요(動搖)시킴은 불가하다."하였다.

1598년 6월 22일 우의정 이덕형이 품달하기를 "외간(外間)에서는 연일 유언 비어가 은밀히 전파되고 있는데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혹자는 ‘보병(步兵)이 호령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표병이 무기를 가지고 각자 호위하고 있다.'하고, 혹자는‘노야(老爺)가 다른 곳으로 이주(移住)하려고 한다.’하며, 혹자는‘노야가 이미 사본(辭本)을 올렸으니 각 군영은 곧 철병하게 될 것이다.’하니 무지한 우민(愚民)들은 또 그런 말을 듣고서 의혹에 쌓여 불안해 합니다.

노야의 굳센 기개와 큰 도량에는 만병(萬兵)이 흉중(胸中)에 있고 임기 응변은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서는 헤아릴 수 없다는 점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터럭끝만큼이라도 위급함을 성색(聲色)에 나타낼 리가 있겠습니까. 그 것은 필시 세인(細人)과 하졸(下卒)들이 중간에서 말을 지어 퍼뜨려서 이러한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니 본직은 몹시 놀랍고 원통스럽습니다."하였다.

1693년 6월 2일 사간(司諫) 이동표(李東標)가 현도(縣道)를 통하여 상소하기를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데 분수와 의리는 지극히 엄격하며, 또한 반드시 염우(廉隅)를 소중하게 여깁니다. 요즈음 대각(臺閣)의 신하가 사정이나 병(病) 든 것을 묻지 않고 한 번이라도 소패(召牌)하는 것을 어기게 되면 갑자기 옥(獄)에다 가두게 되며 외방에 있는 신하는 다시 상소를 올려 실정을 진달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으며, 도중에서 병든 사실을 정문(呈文)하여도 임금께 아뢰지도 않으며 자유를 구속하여 빨리 말을 달리므로 기상(氣象)이 촉박(促迫)해집니다. 이 것은 결단코 신하를 예(禮)로서 대우하는 도리가 아닙니다. 전하께서는 늘 행실(行實)이 올바르고 절조(節操)가 굳은 품성(品性)인 염우(廉隅)가 너무 세다고 말씀하셨으나 신이 보건대 다만 염우가 모조리 상실되었다고 보일 뿐입니다. 대간(臺諫)이 직책을 잃은 지 오래 되었는데도 전하께서 그들을 관대하게 용납하는 것도 또한 그 방도가 미진(未盡)합니다.​전하께서 열 사람의 대관(臺官)이 굳이 간쟁(諫爭)하여도 부족하게 여기고 한 사람의 대신이 한 마디 말을 하여도 여유가 있다고 하며 자존심이 많아 남의 말을 거절하는 기색이 있고 남의 말을 모아서 받아들이고 정교(政敎)를 베푸는 실상이 없으니 오늘날 언로(言路)가 막히는 것이 어찌 유독 군신(羣臣)들만의 죄이겠습니까?전하께서는 여러 차례 조정의 신하들을 나아오게 하고 여러 차례 물리치셨습니다. 그들에게 정권을 잡게 하는 초기를 당해서는 장차 무릎에 앉힐 듯이 하시고 그들을 밀어내어 배척할 때에 이르러서는 장차 연못에 떨어뜨릴 듯이 합니다. 정권을 바꿔치울 즈음에는 주살(誅殺)이 번번이 행하여지니 나라의 명맥(命脈)이 어찌 병들지 않을 수 있겠으며, 사람들의 마음이 어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임금이 그 신하를 의심하면 두려워하는 자가 틀림없이 많을 터이니 이 것이 참소와 이간이 일어나 그 틈을 타는 것입니다. 궁중 안의 말이 나오는 것과 외부의 말이 들어가는 것이 정도(正道)에서 비롯되지 않는 것은 모두 세인(細人)들이 부정한 행위를 하는 매개이며 군주가 한 번 그 술책에 빠지는 바가 되면 그들의 계책이 행하여지는 것입니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