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개인이 남긴 기록물은 살아온 나날의 추억이라는 사적 가치를 뛰어넘어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지역사회의 경험과 기억을 담은 공유기록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지난 11월 문을 연 ‘홍진 아카이브’ 또한 정재홍 관장의 생생한 경험과 기억이 녹아 있는 공간으로, 후대가 걸어갈 삶의 길을 비추는 등불이 되고자 한다.
대전광역시 서구 흑석동 안물안마을. 마을 앞으론 갑천이, 뒤론 구봉산이 지키고 있는 연화부수(蓮花浮水, 연꽃이 물에 떠있는 형상) 명당에 개인기록관과 강연·전시·힐링카페·주말농장이 어우러진 복합문화체험예술공간 ‘홍진 아카이브(관장 정재홍)’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정 관장은 “정재홍의 끝글자 ‘弘’자와 김순진의 끝글자 ‘鎭’자를 모아 홍진(弘鎭), 두 사람이 평생 살아온 흔적들의 기록을 정리해 전시한 기록관이란 의미로 ‘홍진 아카이브’라고 명명했다”며 “한 시대 한 공간을 공유한 수많은 사람들 중, 정재홍이란 한 남자와 김순진이라는 한 여자가 만나, 하늘의 뜻으로 혼을 맺는 인연을 지어 50여년 가까이 지구별여행을 해 온 순간순간을 담은 장소”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곳엔 정재홍 관장의 1953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까지 성적표와 각종 상장, 8년간의 학창시절 일상을 써내려간 일기장과 사진들, 가까웠던 지인과 친구에게 받은 500여통의 손편지가 정리돼있다.
정 관장은 “젊은 날의 손편지 중엔 1962년 6월30일에 창립한 대전지역 나라사랑 학생모임 ‘한다발’의 일원이었던 염홍철(전 대전시장), 강창희(전 국회의장), 유창종(전 서울중앙지검장)의 편지도 파일별로 구분해놨다”며 “세 친구가 50년전 자필로 주고받았던 손편지와 사진 등의 전시물을 보곤 ‘보물을 봤다’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당시 추억을 회상하는 듯 눈을 떼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강점기 때 일본 가마이시에 위치한 제철소에서 일하던 큰 형님이 미군 함대의 함포사격으로 20살 나이에 돌아가셨다. 그 때가 해방되기 한달 전인 7월14일”이라며 “당시 5살이었던 내가 70여년의 세월이 흘러 큰 형님을 추모하고자 일본여행 후 현지에서 가져 온 ‘작은 검정색 돌(철광석)’도 ‘홍진 아카이브’의 소중한 전시물로 선보이고 있다”고 소회했다.
여기에 1963년 발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서전 ‘국가와 혁명과 나’, 1921년 7월~9월까지의 100년 전 ‘동아일보 축쇄판’,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금강산 식물조사서’ 등의 고서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도전과 열정으로 점철된 따뜻하고 진솔한 인생 역정을 담은 정 관장의 ‘전시물’은 어른들에겐 향수를, 어린아이들에겐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자극하며 대전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대전지역의 역사성에 대한 시민 이해도를 높이고 공감대 확산을 위해 땀 흘려 온 정재홍 관장은 20여년간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이어오며 ‘1만 명에게 일본어 눈을 달아주자’는 신념을 성실히 이행해 왔다.
특히 스스로가 독학하다시피 일본어를 익혀 누구보다 초보자들의 애로사항을 잘 알며, 문법·회화 등의 기초를 틈실하게 잡아주는 정 관장의 재능기부 일본어 강의는 쉽고 재밌기로 정평이 자자하다.
정 관장은 “3월6일부터 코로나로 잠시 쉬었던 일본어 재능기부 강의가 다시 시작된다”며 “‘나누면 행복하더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스스로 차를 끓여 마시며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안물안蓮家 (Self Cafe), 무료 주말 농장으로 ‘안물안 행복농장” 등을 시민들의 문화플랫폼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할 것”이라고 다짐을 전했다.
한편 홍진 아카이브 정재홍 관장은 개인기록관과 역사관·전시·강연이 어우러진 복합문화예술공간 ‘홍진 아카이브’ 조성에 헌 신하고, 대전지역 문화수준 제고 및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이끌며, 재능기부 실천과 사회공헌 활성화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3 대한미국 미래를 여는 인물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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