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에 맞닿은 입지조건과 강남권 초입이라는 지역적 상징성에도 불구 신반포1차 주민들의 삶 이면엔 낙후된 주거환경에 따른 불편이 초래돼 왔다. 인근의 반포 래미안 및 자이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인 3년 전 입주를 했어야 할 단지가 서초구청과 서울시의 오락가락하는 행정제도 속에 피해를 받아온 것이다. 이에 신반포1차재건축주택조합 한형기 조합장은 벌써 9년째 답보상태에 있던 신반포1차 재건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첩첩산중’ 방불케 하는 서울시 도시계획심의
도시계획심의만으로 2년을 허비하고 있는 신반포1차 재건축 조합원들은 한강르네상스를 기치로 초고층 정비방안에 역점을 뒀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공공성을 강조하는 박원순 시장의 서로 다른 시정정책 사이에서 고스란히 그 피해를 받아왔다.
지난 2006년부터 2010년 4월까지 서초구청과 관리처분인가반려취소소송으로 법정 시비를 가리는 과정에서 4년 동안 재건축사업이 중단되는 고초를 겪어야 했던 조합으로써는 서울시의 오락가락한 시정정책이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서초구청과의 지루한 법정 공방 속에서 조합이 승소함에 따라 재건축사업에 탄력이 붙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통상 각 3개월씩 약 6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도시계획심의와 건축심의가 2년을 끌며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 조합은 ‘35층’ 건축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했으나, ‘기부채납 20%,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립을 건축계획에 반영하라’는 이유에서 심의가 보류됐다. 그리고 지난해 서울시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건축계획을 제출했을 때에는 서울시장의 교체로 또다시 ‘35층’이라는 원점에서 재논의하게 된 것이다.
획일적인 건축물이 아닌 누구나 감탄할만한 건축물 건립을 눈앞에 뒀던 조합원들로서는 금번 서울시의 정책이 당혹스러울 뿐이다. 게다가 2년 동안 건축물 층수를 놓고 지연됐던 심의 때문에 신반포1차 조합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받게 됐다.
결국 서울시장 교체에 따른 연속성 없는 시정정책이 노후된 아파트의 재건축을 바랐던 무고한 시민들의 꿈을 짓밟은 셈이다.
‘49층’ 무산, “친환경 명품아파트 건설의 꿈은 안 버려”
지난 1994년 재건축 추진위를 구성, 조합설립 인가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까지 노후된 아파트에서 살아왔던 조합원들은 여름 장마철이면 200여세대가 침수되고, 부수가 안되는 스틸배관에 의해 녹물을 마시며 힘겨운 삶을 살아왔다.
비록 27일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조합원이 바라는 ‘최고 49층’이 아닌 ‘최고 35층’ 건립안이 결정됐고, 보행자 환경을 개선하고 한강변 공적가치를 높이고자 추진했던 올림픽대로 덮개공원 설치건이 무산됐지만 한형기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재건축은 노후된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 향상의 의미를 갖는 만큼 최고의 재건축을 지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대우건설 22년, 건설사업관리회사(CM사) 부사장직 3년,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현장소장 등 오랜 건설회사 경력을 지닌 한 조합장은 “이론적·실무적 전문성을 토대로 신반포1차를 강남 랜드마크로 급부상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친환경 명품 주거단지 건설추세에 발맞춰 마감재 사용 및 에너지 효율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첨단의 주차시절 및 생활편의시설 등을 구축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금년 10월 이주와 내년 8월 착공을 거쳐 2016년 8월 입주가 될 것”으로 내다본 한 조합장은 “투명경영을 통해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강남 부자들의 배불리기라는 일각의 왜곡된 시선에 대해서도 “조합원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의 노인들이다. 이들이 투기를 위해 20년을 살았겠는가. 부자동네에 대한 엄청난 특혜가 아니라 35년간 노후된 주거환경에서 고통을 받고 있던 강남 서민들이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의도치 않은 재건축 지연으로 노후화된 단지에서 외부 따가운 시선까지 받아야 했던 신반포1차 조합원, 이들에게 하루빨리 새로운 삶의 터전이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정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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