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 정명웅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본격 귀환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연일 연고점을 경신, '불장'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49포인트(1.58%) 오른 3,183.23에 장을 마감하며 4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날 기록한 종가 기준 연고점(3,133.74)을 하루만에 경신하면서 3,180대에 올라선 것이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천49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시장 상승을 견인했다. 기관은 462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5천65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1년 가까이 한국 시장을 외면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본격 귀환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외국인 주도의 매수세 지속에 힘입어 추세상승이 나타날 것이란 기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6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5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상장주식 2조100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6월에도 3조760억원을 순매수해 2개월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 4월까지 무려 9개월 연속으로 거의 3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던 데서 벗어나 한국 시장에 복귀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인지력 논란 끝에 대선 가도에서 낙마하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의 승리가 유력해지던 작년 하순부터 한국 주식을 대거 매도하기 시작했다.
미 대선을 약 4개월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가 유세 중 암살미수범이 쏜 총탄에 귀가 뚫리는 상처를 입은 사건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평가된다.
가뜩이나 한국이 미·중 패권 경쟁의 최대 피해국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등 우려를 제기하던 외국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또 같은 해 12월 3일 벌어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는 한국 시장을 말 그대로 얼어붙게 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달 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 전후부터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등과 관련한 리스크가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된 가운데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해소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한국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계엄과 탄핵 국면 탓에 침체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대대적 정부 지출이 있을 것이란 기대에 더해 원화 강세와 금리인하, 증시 부양 등 정부 정책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상법 개정안 처리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책 추진 등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주식 비중을 지나치게 줄인 상황이어서 하락을 지탱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외국인 지분율은 금융위기 후 경험적 밴드 하단인 30% 초반까지 하락했다가 현재는 31.6%로 소폭 하락했다"면서 "급격한 달러 강세가 재현되거나 예상 못 한 돌발 변수가 출현하지 않는 이상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당장 공격적으로 매도할 명분은 적다"고 진단했다.
조기 대선을 전후한 지난 3개월간 고객예탁금이 51조원에서 67조원으로 급증하는 등 개인 투자자들이 조정 시 적극 매수 전략을 펴고 있는 것도 지속적 강세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그런 가운데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7.34포인트(0.93%) 오른 797.70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 기준 국내 3개 증시 시가총액은 총 3천20조7천69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코스피 시총이 2천603조7천392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코스닥과 코넥스 시가총액은 각각 413조8천598억원, 3조1천7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새로운 정부의 주주환원 기대감, 대북 친화 정책,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원화 강세 등으로 글로벌 대비 한국 증시의 최악의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사투데이 / 정명웅 기자 hoon166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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