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기각된 '리플렉팅풀' 용의자 별건기소 놓고 백악관과 의견교환"
[시사투데이 정인수 기자] 미국 법무부가 신임 토드 블랜치 장관 취임 직후 반(反)이민과 이념전쟁 성격의 수사·기소결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출신으로 법무부 차관이던 블랜치 장관은 행정부 내 대표적인 '충성파'다. 전임 장관이 경질된 이유가 트럼프 대통령 정적(政敵) 수사에 미온적이었다는 관측 속에, 그는 최근 의회 인준을 가까스로 통과해 장관 대행 꼬리표를 뗐다.
블랜치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영주권을 받으려는 외국인들을 위해 수백건의 위장결혼을 중개한 혐의로 11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블랜치 장관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결혼 사기 기소 사건 가운데 하나"라며 "미국 이민법을 우회하는 이민 사기 수법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포된 11명 중 10명은 중국 출신의 미국 시민권자, 이들과 위장결혼한 사람도 대부분 중국인이라고 블랜치 장관은 밝혔다. 이들은 그린카드(영주권)를 얻기 위한 위장결혼에 10만달러를 지불했고, 위장결혼 배우자는 최대 3만달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사법당국이 대대적인 위장결혼 단속에 나선 결과로 보이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출생시민권' 폐지를 촉구하면서 그 부작용 사례로 지목한 '원정출산'과 함께 불법이민 단속 분야로 꼽힌다.
블랜치 장관은 또 법무부가 미 남부빈곤법률센터(Southern Poverty Law Center·SPLC)의 전직 간부를 전신사기 공모, 은행에 대한 허위진술 공모, 은닉 자금세탁 공모 혐의로 기소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블랜치 장관은 이 전직 간부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재 별도 사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하이디 베이리치 전 SPLC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확인됐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SPLC는 정치적 혐오주의를 배격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로, 주로 백인우월주의에 기반한 혐오를 조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혐오시하는 진보이념 정치운동을 가리키는 'WOKE'(정치적 깨어있음) 성격이 짙다.
기소된 베이리치 전 CFO가 몸담았던 SPLC는 매년 '혐오주의 단체'를 발표했으며, 그는 이후로도 극우 극단주의에 맞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보수진영과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벌이는 문화전쟁의 표적이 돼 왔다.
블랜치 장관의 이같은 행보는 표면상 범법자를 수사·기소하는 사법당국의 정상적 활동으로 여길 수 있지만, 사건의 면면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맞췄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법무부는 최근 워싱턴의 명소인 '리플렉팅 풀'의 훼손 사건 용의자에 대한 공소가 기각된 것과 관련, 그를 다른 사건으로 기소하는 방안을 놓고 백악관과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BS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공들여 새로 단장한 이 인공연못이 반달리즘(공공기물·문화유산 훼손)으로 망가졌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이에 맞춰 전 국가대표 카누 선수 데이비드 허른을 기소했다.
그러나 제닌 피로 워싱턴 연방검사장이 허른의 고의 훼손을 입증할 수 없다면서 법원에 공소기각을 요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 피로 검사장의 해임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블랜치 장관은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법무부는 백악관으로부터 독립돼 있느냐'는 질문에 "법무부는 모든 부처와 마찬가지로 행정부의 일부"라고 답했다고 CBS는 전했다.
정인수 기자 sisatoday0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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