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문(迎恩門)

대권주자 김민수 http://blog.naver.com/msk7613


1546년 1월 21일 정원에서 아뢰기를 "조사(詔使)의 행차가 이미 미륵원(彌勒院) 앞들에 이르렀습니다."하니 이에 대가(大鴐)가 궁궐을 나아가고 백관이 호종하여 돈의문(敦義門)을 경유하여 모화관(慕華館)에 이르렀다. 원접사(遠接使)의 종사관(從事官) 이홍남(李洪男)이 와서 아뢰기를 "조사가 이미 홍제원(弘濟院)에 도착하여 옷을 바꿔 입고 앉아서 시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하였다. 사시(巳時)에 신하들이 소복(素服)을 벗고 조복(朝服)으로 갈아입고서 기다렸다. 명종이 검푸른 단령포(團領袍)에 익선관(翼蟬冠)을 쓰고 모화관에서 나아가 걸어서 노상의 막차(幕次)에 이르렀다. 조사가 사현(沙峴)에 당도하여 두목(頭目) 등으로 하여금 모두 말에서 내려 가도록 하였다.

두 사신이 당도하려 하자 명종이 막차에서 나가 배위(拜位)에 섰다. 조사인 태감(太監) 유원(劉遠)과 행인(行人) 왕학(王鶴)이 영은문(迎恩門)에 이르러 조칙(詔勅)을 받들어 용정(龍亭)에 안치하고 서쪽을 향하여 서니 명종이 5배 3고두례(五拜 三叩頭禮)를 행하였다.예가 끝나자 이응성(李應星)·주양우(朱良佑)에게 명하여 조사에게 가서 먼저 간다고 하고 명종이 숭례문(崇禮門)을 경유 먼저 태평관(太平館)에 도착하여 서쪽 뜰의 막차에 들어가서 기다렸다.조사가 옥교(屋轎)를 놓아두고 평교(平轎)를 타고서 가다가 쉬다가 하면서 잡희(雜戲)를 구경했기 때문에 오각(午刻)이 끝나갈 무렵에야 비로소 태평관에 이르렀다. 용정(龍亭)이 문에 당도하자 명종이 지영위(祗迎位)에 나아가서 몸을 굽히고 섰다가 예가 끝나자 명종은 막차로 조금 물러나고 조사는 조칙과 부물(賻物)을 책상 위에 받들어 놓고 서쪽으로 향하여 섰다. 위(位)가 정해지자 명종은 서계(西階)로 올라가 배위(拜位)에 서서 5배례(五拜禮)를 행하였다. 예가 끝나자 도로 막차로 들어가서 곤복(袞服)을 벗고 소포(素袍)를 입었다. 신하들도 외정(外庭)에서 예를 마치고 옷을 바꾸어 입었다.

1609년 4월 24일 예조에서 아뢰기를 "해평 부원군 윤근수의 차자를 해 조에 내리라는 전교를 어제 저녁 일몰 후 비로소 받았는데, 이항복이 배사하고 나간 후였습니다. 형편상 이항복과 서로 상의할 수 없어 다른 대신에게 상의하니 이덕형은 의논드리기를 ‘신이 일찍이 황홍헌(黃洪憲) 천사 때 가주서가 되어 구희직(歐希稷) 천사 등록을 보았는데, 그 안에 천사가 광화문 밖에 도착하여 산대놀이를 보았다는 말이 있으니 첫날 근정전으로 맞아들인 것이 분명합니다. 5례의(五禮儀)에 비록 태평관(太平館)으로 맞아들인다는 문구가 있으나 등록이 저와 같으니 생각건대 처음에는 천자의 사신을 정전(正殿)으로 맞아들이다가 중간에 의논하여 결정한 것이 또한 5례의와 같은 것으로 보입니다. 영은문(迎恩門)에서 처음 사제 천사(賜祭 天使)를 맞을 때에는 다만 몸을 굽히는 의식만 있었는데, 선왕조 때 다섯 번 절하고 세 번 머리 조아리는 의식을 행한 것 같습니다."하였다.

1618년 4월 22일 병조에서 아뢰기를 "오늘 판서 류희분(柳希奮)이 훈련 도감에서 습진(習陣)하는 일 때문에 모화관(慕華館)에 나아갔는데, 영은문(迎恩門)의 기와가 벗겨지기도 하고 깨지기도 하는 등 거의 완전한 곳이 없어 보기에 놀랍기 그지없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거둥하실 일도 있을텐데 해 사(司)로 하여금 급히 개수(改修)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하였다.

11월 4일 광종이 전교하기를 "영은문(迎恩門)과 관왕묘(關王廟)는 모두 청와를 구워 만들어 지붕을 덮었지만 벗겨져 적색으로 변한 일이 별로 없는데, 지금 이 새로 지은 궁궐의 취두(鷲頭), 용두(龍頭), 잡상(雜象)은 모두 벗겨져 적색으로 변했으니 매우 괴이한 일이다. 내 년 봄을 기다려 다시 만들어 덮도록 하라."하였다.

1642년 11월 1일 인조가 영은문(迎恩門)을 중수하였다. 문은 모화관(慕華館) 앞에 있다. 당초에 명국 사신이 나올 때 칙서를 맞기 위해 이 호칭을 걸었는데, 이 때에 와서 중수하고 그 호칭을 그대로 두었다.

1732년 4월 22일 예조에서 아뢰기를 "여러 대신들이 모두 사행(使行)이 압록강(鴨綠江)을 건넌 뒤에는 해 도(道)에 차사원(差使員)을 정하여 받들고 오게 하고 연로의 각 고을에서는 용정(龍亭)과 의장(儀仗)을 갖추어 5리 밖에서 영접하도록 하고 영은문(迎恩門)에 도착한 뒤에는 예관(禮官)과 사신이 함께 받들어 도성(都城)에 들어가고 성상께서는 권정례(權停禮)를 써서 공경히 맞이하되 대궐문 안에 자리를 마련하고, 백관(百官)은 마련한 자리 곁에 차례로 서서 공경히 맞이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하였습니다. 이는 대체로 선조조(宣祖朝)의 회전(會典)을 반강(頒降)하였을 때의 이미 근거할만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대신들의 뜻이 이와 같았습니다."하였다.

1735년 10월 1일 영조가 익선관(翼蟬冠)·백포(白袍)·오서대(烏犀帶)·백피화(白皮靴)를 갖추고, 영은문(迎恩門)에 거둥하여 청국의 부칙(訃勅)을 맞이하였다. 영조가 먼저 인정전(仁政殿)으로 돌아와서 부칙을 선포한 다음 호곡(呼哭)하고 배례하기를 의식과 같이 하였다. 영조가 칙사와 더불어 다례(茶禮)를 행한 다음 청국 사신은 관소(館所)로 돌아갔고 영조는 내전으로 돌아왔다.

1896년 11월 21일 독립 협회(獨立協會)에서 전(前) 영은문(迎恩門) 근처에 독립문(獨立門)을 창건(創建)하려고 이 날 기공식(起工式)을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