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板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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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3년 8월 10일 형조 판서 이덕형(李德馨)이 선조에게 치계하기를 “명국 사신과 두 왕자와 부인의 행차와 이영(李瑛)·황혁(黃赫) 등이 당일 미시(未時) 말에 한성으로 들어왔습니다. 제독(提督)이 즉시 당(堂)에 좌정(座定)하고 제 장(將)들이 다 모였는데, 명국 사신 두 사람이 들어와서 제독에게 예(禮)를 행하니 제독이 답례하였습니다. 제 장과 중군(中軍) 이하의 장관(將官)들이 왕자가 와서 보기를 재촉하므로 왕자께서 명국 사신의 하처(下處)로 가서 역관(譯官)을 시켜 말을 전하게 하였더니 제독은 왕자가 어떤 관복(冠服)을 착용했는지 물었습니다. 역관 등이 ‘이제 막 적중(賊中)에서 오느라 다른 의복이 없어 행의(行衣)만을 입고 있다.'고 대답하자 제독은‘우리가 서로 보려면 관대(冠帶)를 착용해야 하니 왕자가 행의복(行衣服)으로 나를 볼 수는 없다. 예절에 방해가 되니 나를 보지 않아도 좋다. 배신(陪臣)들이나 내일 아침에 와서 알현하도록 하라.'고 하였습니다.

왕자가 다시 역관을 시켜 반드시 뵙고 사배(辭拜)하겠다는 뜻을 간절히 전하게 하니 제독은‘왕자가 기어이 나를 보고자 한다면 부득이 방 안에서 사복(私服)으로 서로 보겠다.’고 하였습니다. 왕자가 띄운 도착 날짜를 알리는 공문인 선문(先文)은 끝내 오지 않았고 대구(大丘)에서부터는 전혀 전통(傳通)한 일도 없었으며 한성에 들어오고 나서도 지공(支供)이 변변치 못했습니다. 판교(板橋)에서 유숙할 적에는 용인 현령(龍仁 縣令)은 간 곳이 없고 도차사원(都差使員)이 어렵게 쌀 4말을 구하여 바쳤을 뿐 지공은 전무(全無)하였다고 하니 매우 경악스럽습니다.


그리하여 명국 사신까지도‘성을 지키고 있는 재신(宰臣)들이 어찌하여 사람을 보내어 검칙(檢飭)하고 영호(迎護)하지 않는가?’라고까지 했다 합니다. 공문(公文)의 연락이 끊어져 모든 일을 제 때에 거행하지 못해 나라의 체면을 이처럼 손상시켰으니 신도 미처 주선(周旋)하지 못한 죄를 면하기 어려워 황공하기 그지없습니다. 대개 명국 사신들은 적의 수중에서 왕자를 모시고 나온 것으로써 우리 나라에 대하여 불세(不世)의 공적을 세운 것으로 여겨 후한 대우를 기대하였으나 1로(一路)의 접대가 매우 형편 없었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 크게 실망하였던 것입니다. 신이 그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소·양·닭고기와 술을 준비하여 하정례(下程禮)를 행하고 종사관(從事官)을 보내어 문안하였더니 꽤 기뻐하는 기색이었습니다.”하였다.

1602년 7월 2일 승정원에서 회계하기를“정인홍은 6월 29일 족인(族人)으로 하여금 본원(本院)에 차자를 올리게 하고 바로 출발했는데 그 날은 광주(廣州)의 판교(板橋) 마을에서 묵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판교(板橋)는 한성에서 50리 정도 떨어진 곳인데 이제 떠난 지 3일이 되었으니 노정을 계산하면 죽산(竹山) 지경에 도착했을 듯 싶습니다. 따라서 지금 급히 부른다면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하니 선조가 전교하기를 “맹자(孟子)에도‘주읍(晝邑)을 나왔는 데에도 왕이 나를 부르러 사람을 뒤쫓아 보내지 않았다.'하지 않았는가. 속히 정원에서 하서하되 나를 만나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으로 말을 만들어 부르라.”하였다.


1612년 11월 2일 정원에서 광종(광해군 묘호 추상)에게 아뢰기를 “우상이 차자와 밀부를 보내왔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하겠습니까?”하니 광종(광해군 묘호 추상)이 이르기를“우상이 오늘은 어느 곳에 있는가? 이미 떠났는가?”하였다. 윤선(尹銑)이 아뢰기를“우상은 오늘 양재(良才)에서 출발하여 판교(板橋)에서 묵을 것이라고 했습니다.”하니 광종(광해군 묘호 추상)이 이르기를“천천히 결정토록 하겠다.”하였다.

1636년 12월 17일 인조가 이르기를“자결은 못할망정 어찌 먹고 마시면서 살기를 구할 마음이 있겠는가. 설혹 살아 있다 한들 훗 날 무슨 면목으로 청국 조정의 사람을 볼 것이며, 무슨 면목으로 선왕의 묘정(廟庭)에 절을 하겠는가.”하자 신하들이 모두 울먹이며 대답하지 못하였다. 인조가 이르기를“저 적이 대부분 판교(板橋)로 향하고 있다 하는데, 이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하니 김유가 아뢰기를“필시 3남(三南)의 길을 끊으려 하는 것입니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