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밥은 먹었니?” 딸의 안부가 궁금한 어머니의 전화 첫마디다. 그저 자식이 별 탈 없이 지내는가를 묻고 바라는 마음이 ‘밥’이란 단어에 함축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의 밥상은 먼 길을 달려서라도 마주하고 싶은 그리움과 아련함, 밥상 앞에서나마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은 삶의 고단함과 애달픔이 담겨있다.
이런 어머니의 정성으로 발효식품 하나만을 바라보며 몰입의 삶을 사는 이가 있다. 바로 남계복 발효연구소 남계복 대표(해동약초농원)가 그 주인공이다.
겸손한 말투와 온화한 표정을 지닌 남 대표의 손을 잡고 향한 연구소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20년이 넘은 전통발효식초, 항아리에서 숙성된 전통장류(간장, 된장, 쌈장, 육고추장), 68가지의 각종 재료로 만든 산야초 발효액, 50여 가지 수가 넘는 김치, 도라지정과, 부각 등이 자태를 뽐낸다.
경남 의령에서 나고 자란 남 대표는 1986년 장 건강이 나빠지며, 변비로 고생하다 대체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7년간 중국을 오가며 중의학을 공부하고, 절강중의약학대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뿐만 아니다. 국내 1호 식초박사인 정용진 교수를 찾아 식초 제조의 전 과정을 전수받고, 발효식품과 관련된 교육이라면 어디든 아가 배웠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이런저런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그녀는 ‘음식이 곧 약이다’라는 신념으로 원하는 발효식품 얻기까지 고군분투해왔다. 11건에 이르는 망개 요리 관련 특허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면서 경남도내 기술센터에서 ‘전통 식초 제조기술 및 활용법’,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발효음식 만들기’ 등을 강의하며 그동안의 경험과 기술, 노하우 등을 아낌없이 전파해왔다.
이처럼 발효식품을 응용한 요리를 연구하고, 전통의 맥을 이어온 그녀가 ‘대한민국 한식대가, 치유음식 대가, 약선치유음식 명인’ 반열에 오른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결과 남 대표는 ‘대통령상 수상,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3회), 대한민국 한식문화 대상, 농업진흥청장상, 한국유통공사 표창장’ 등을 수상하며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전통장류와 발효식초는 그녀와 함께한 역사의 산물이다. “즐거울 때도 번뇌가 들끓을 때도 항아리를 만지며 위안을 얻고 마음을 다잡았다”는 남 대표의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 이어 “단 한 병을 만들더라도 자존심과 이름을 걸지 않은 적이 없다”며 “품 안의 자식처럼 애지중지했던 발효식품을 이제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에게 판매하고자 한다”고 담담히 전했다.
덧붙여 “여건이 주어진다면 체질에 따른 맞춤형 음식을 교육하고, ‘생명의 첫걸음’인 먹거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며, 후학양성에 마지막 열정을 쏟고 싶다”고 밝혔다.
사업가보다는 명인 그 자체였다! 자신을 잘 보이려 포장하지도, 이윤추구를 위해 애쓰지도, 세태의 흐름에 편승하지도 않았다. 일생을 소신껏 살았으니 앞으로도 가진 지식을 전수하고, 발효식품의 다양성을 알리는 데 집중하겠노라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돈보다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 교육”이라는 남계복 대표의 대답이 긴 여운을 남겼다.
한편, 남계복 발효연구소 남계복 대표는 약선치유음식 연구·개발과 한식문화 발전에 헌신하고, 전통 발효방식의 식초 및 장류 생산을 이끌면서, 향토음식과 치유식품 산업 진흥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5 대한민국 미래를 여는 인물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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