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불과 20년 전, 몸을 보하는 약재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히는 ‘녹용’의 위용은 대단했다. 환절기면 어머니가 정성스레 가족들에게 달여 준 가장 귀한 보약으로 집집마다 약탕기에서 새어나오던 한약냄새가 아직도 알싸하다.
그러나 2015년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국내 녹용시장의 80%를 뉴질랜드산 녹용이 잠식하며 사슴농가는 설자리를 잃었고, 현대인들은 쏟아지는 건강기능식품의 홍수 속에 간편함을 택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1년 사슴의 사육두수는 16만 마리에 육박했으나, 2019년 2만6천여 마리로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사슴개량연구회 김정식 회장(석정사슴농원 대표)이 사슴사육 기술 공유, 사양기술 전파, 사슴농가 결속강화, 기능성식품 연구개발, 정부정책 개선 및 제도적 지원 촉구 등에 발 벗고 나섰다.
연암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축협에 근무하며 ‘젖소검정사업’의 일가견을 이룬 김 회장은 1991년 사슴 3마리를 시작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사육두수와 농장규모가 크게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김 회장의 근면성실함은 한결같다. 즉, 그의 ‘사슴사육 30년 인생’은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 사슴과 동고동락하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양관리와 개량연구 등에 몰두한 열정을 점철돼 있다.
그러면서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어린사슴(자록)을 분양하고, 생 녹용과 기능성 녹용배즙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받아왔다.
김정식 회장은 “국내산 녹용의 절반이 방문판매로 이뤄지는 작금의 상황에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금지로 판매부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한국인삼공사에서 판매하는 전체 제품의 일부라도 국내산 녹용을 사용한다면 사슴농가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런 그는 사슴농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불철주야 일하는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그 일환으로 김 회장은 사슴개량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2013년 사슴개량동호회를 결성, 지금의 한국사슴개량연구회로 명칭을 변경해 사슴개량 기술교류 및 사슴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고민하며, 그 답을 찾아왔다.
나아가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함’의 자세로 회원들과 뉴질랜드를 방문해 사양기술을 벤치마킹하며 식견과 경험을 넓혔다.
한마디로 김 회장은 사슴농가가 다 같이 잘 사는 비전 수립과 전략 마련 등에 열성적이다.
김정식 회장은 “양록업의 대를 잇는 아들이야말로 내겐 천군만마이자, 최고의 영농후계자”라며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체험농장 조성으로 6차산업화의 보고(寶庫)를 만들 계획”임을 밝혔다.
이어 “소비자 니즈에 맞는 녹용 가공품 개발, 사슴산업 가격 안정제 정착, 사슴산업 자구책 마련 등 정부·지자체의 실질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끊임없는 노력과 불굴의 의지로 ‘양록인의 교본’이 되어온 김정식 회장이 또 어떤 이정표를 세울지 기대된다.
한편, 한국사슴개량연구회 김정식 회장은 사슴개량 연구와 사양관리의 선진화에 헌신하고, 고품질 녹용생산 및 소비자 신뢰증진을 도모하며, 사슴산업 발전과 후계자 양성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1 대한민국 신지식경영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저작권자ⓒ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