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김애영 기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한국 남성의 ‘매매혼’ 행태를 꼬집었다.
이들은 26일 한국 농촌의 국제결혼 문화를 소개하면서 많은 베트남 여성이 가정 폭력 등 이민자 혐오 정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와 같은 결혼에 '신부 사오기(bride buying)'란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SCMP는 한국 문화를 좋아하다가 더 나은 삶을 위해 10살 연상의 한국인 전기기사와 결혼해 대구에서 살고 있는 리엔 딘 씨의 사례를 전했다. 그는 한국어를 배웠지만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겪었다. 게다가 남편을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차별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많은 한국인들이 우리를 단지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으로만 본다. 이민자 아내는 시민권을 얻으면 바로 도망친다는 오해도 만연하다"고 말했다.
SCMP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단일민족'을 중시하는 국가 중 하나인 한국에서 딘과 같은 사례는 보편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농촌에 외국 여성들이 유입되고 있으며, 베트남 여성들이 이런 외국인 신부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매년 약 6000명의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하지만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SCMP는 전했다. SCMP는 올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베트남 아내를 무차별적으로 학대하는 한국 남성의 영상이 퍼진 사건을 예로 들었다.
SCMP는 비평가들은 이러한 국제결혼을 두고 "매매혼"이라고 지적하지만, 일각에서는 "준 중매결혼(semi-arranged marriages)"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결혼에 대한민국 정부의 세금으로 지원금이 지급되는 데 비난이 쏟아진다고 언급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등 온라인을 통해 서로 조건을 나열하고 단시간에 결혼에 이르는 국제결혼의 실태도 소개됐다.
'2017년 국제결혼중개업 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한국 남편의 나이가 외국인 신부보다 평균 18.4세 많았다. 이처럼 젊은 여성들의 기대와 한국에서의 삶은 현실과 다르다고 SCMP는 전했다.
스탠퍼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신기욱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매우 단일 민족적인 사회여서 한민족이 아닌 존재와 사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의 다문화 정책은 외국인 거주자를 한국으로 동화시키는 데 집중 됐다면서 "다문화주의는 한국인도 다른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는 상호작용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존 리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특권을 누리는 백인들과 달리 베트남을 포함한 동아시아 여성들은 "열등한 존재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리 교수는 문화의 수용만으로는 부족하며,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여성에 대한 가정 폭력 문제도 너무 만연하다. 외국인 여성에 대한 가정 폭력을 줄이는 건 한국의 가정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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