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정부까지 개입된 '도핑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러시아가 당초 유치했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대회와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월드컵 대회, 바이애슬론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를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
ISU는 23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내년 3월10~12일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6~2017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파이널의 개최지를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월드컵 파이널은 월드컵 1~5차 대회 합산 성적 상위 12명만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다. ISU는 조만간 대체 개최지를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IBU도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바이애슬론연맹(RBU)이 내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와 IBU 월드컵 8차 대회 개최권을 포기했다"고 발표했다.
바이애슬론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는 내년 2월21일부터 28일까지 러시아 오스트로프에서, 2016~2017 IBU 월드컵 8차 대회는 3월6일부터 12일까지 러시아 튜멘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러시아바이애슬론연맹은 "현 상황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개최권을 스스로 포기했다. 러시아에서 열릴 굵직한 동계 스포츠 국제대회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도핑이 적발된 탓이다.
캐나다 법학 교수 리처드 맥라렌이 이끄는 세계반도핑기구(WADA) 독립위원회가 러시아가 정부 주도로 대규모 도핑을 시도했다고 발표하면서 러시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반쪽짜리' 대표팀을 파견해야했다.
맥라렌이 이끄는 WADA 독립위원회는 지난 9일 2차 보고서를 통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러시아가 1000여명의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하는 방식으로 도핑을 은폐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선수의 도핑 샘플을 전면 재조사하기로 했다.
전 세계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선수들은 내년 2월 세계선수권대회가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것이 강하게 반발했고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는 결국 러시아 소치의 세계선수권대회 개최권을 박탈했다.
여기에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대회와 바이애슬론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IBU 월드컵 대회 개최까지 무산됐다.
ISU는 "2차 맥라렌 보고서 내용을 고려했을 때 첼랴빈스크에서 대회를 개최할 경우 스포츠가 아니라 논란과 비난에 대회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굵직한 국제대회의 러시아 개최 준비를 멈추라는 IOC의 권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더스 베세베리 IBU 회장은 "러시아의 개최권 포기는 현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IBU와 세계 스포츠계에 보여준 첫 단계"라며 "이제 바이애슬론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독일 뮌헨에서 집행위원회를 개최한 IBU는 IOC가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인 2명의 러시아 선수에 대해 일시 출전 정지 처분했다.
IBU는 이들의 이름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다. 또 '맥라렌 보고서'를 바탕으로 29명의 러시아 선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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