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김태현 기자] 충남 당진의 ‘기지시리’는 ‘당나라로 가는 나루터’로 유명했을 만큼 해상교통의 요지였다. 게다가 서울로 오가는 길목에 위치, 항상 수많은 상인이 모여들며 시장이 발달했던 곳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서 시장의 번성을 염원하고, 액운을 물리치며,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의식 및 대동놀이인 ‘기지시줄다리기’가 생겨났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영구보존·전승, 대중화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인물이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www.gijisi.com)’ 원창재 회장이다.
당진시 기지시리 일대에서 500여년의 명맥을 이어온 기지시줄다리기는 1973년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35호’, 1982년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로 지정됐다. 이에 보존회는 매년 기지시줄다리기를 더 널리, 더 많이 알리는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음력 2월 1일부터 제작자들이 잔줄꼬기에 들어가 3월 초순이면 암줄 100m, 숫줄 100m, 직경 1.8m, 무게 40t의 거대한 줄이 완성되고, 축제는 4월의 둘째 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일간 열린다. 그리고 마지막 날(일요일)에는 축제의 주행사인 줄나가기, 줄다리기 등이 펼쳐진다. 그 기간 동안 공예와 전통놀이체험 등 25가지 이상의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분위기를 돋운다.
원창재 회장은 “시연장까지 1.1km 길놀이 과정에서 풍물패가 신명나는 풍악을 울리고 수많은 인파가 어우러진 모습이 흡사 난장판 같다하여 줄난장으로도 불렸다”며 기지시줄다리기의 흥겨움을 전했다.
이런 기지시줄다리기의 대중화를 위해 보존회는 매월 1박2일가족캠프와 줄제작체험 등의 ‘생생(生生) 문화재’, 전승자가 학교에서 문화유산교육을 실시하는 ‘찾아가는 문화재(방문교육)’ 등에 각별한 정성을 쏟아왔다. 또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을 지역문화 거점공간으로 육성하고, 전수자만이 아니라 학생·일반인들을 위한 교육의 장도 마련하며 저변확대에 물꼬를 트고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처럼 줄다리기문화를 보유한 일본 등과 상호방문을 지속하며, 베트남·캄보디아·태국·필리핀과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국제교류 활성화도 역점을 둬왔다. 특히 지난해 10월엔 우리나라와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 4개국이 공동으로 ‘기지시줄다리기의 유네스코 등재’ 쾌거를 이뤄냈다.
원 회장은 “기지시줄다리기가 유네스코에 등재, 세계의 축제로 승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젊은 층의 호응도가 낮다”며 “우리 전통 민속놀이에 더 많은 이들이, 더 큰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문화유산의 보존·전승과 가치창달을 위한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를 덧붙였다.
한편,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 원창재 회장은 기지시줄다리기 보존·전승과 대중화·세계화에 헌신하고 전통 민속놀이 및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창달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16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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