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배승현 기자] 국민권익위원회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전국 터널공사 현장 점검 결과 공사자재를 설계량 보다 적게 시공하거나 공사비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방법 등이 공사현장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어 공공재정 누수는 물론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권익위는 올 2월부터 9월 말까지 7개월 동안 터널이 있는 고속도로, 철도 등 전국 64개 주요 공사 현장을 대상으로 ‘터널분야 부패실태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총 9개 공구에서 자재 누락, 공법 조작 등의 수법으로 관련 공사비 약 140억 원을 과다 청구한 사실을 적발해 공사비 환수와 함께 관련자 처벌 등 후속조치를 위해 수사와 감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하기로 했다.
주요 적발 사항은 공사자재(락볼트) 부족 시공, 비싼 설계상 공법 대신 값싼 공법으로 시공 후 공사비 차액 편취, 비싼 전자뇌관 수량을 부풀려 공사비 과다 청구, 미시공 공사비의 기성금 수령 등이다.
특히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공사비 편취 사례는 대부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철도노선 구간으로 철도 건설 현장의 소음 진동을 줄이기 위해 시행하는 무진동 바위파쇄(수퍼웨지), 전자발파, 선대구경 등 공사비가 비싼 최신 공법으로 설계해 놓고 이를 값싼 다단발파 등으로 속이거나 설계변경 과정에서 전자뇌관 수량을 속이는 등 수법으로 공사비를 편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이번 점검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제도상 문제점들을 관계부처와 함께 개선할 계획이다. 가령 현재 공사현장에서 사용하는 화약취급 장부의 보존기간을 ‘기입을 완료한 날로부터 2년간’으로 규정하고 있어 터널공사 같은 토목공사가 통상 5~10년까지 비교적 장기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없어 제도개선을 권고할 예정이다.
또한 터널의 안전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락볼트 등을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는 수법이 세금계산서, 거래명세서, 송장 등을 쉽게 위변조 해 속일 수 있었던 점에 주목했다. 앞으로는 ‘제출처’ 등 항목을 추가해 발행하고 발주기관 사업자등록번호 등을 명기하도록 해 발주기관이 공사현장의 세금계산서를 직접 조회할 수 있도록 현행 세금계산서 서식을 일부 개정하는 내용을 국세청에 권고하기로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소문으로만 알려졌던 터널공사 구간의 공사비 빼먹기 실태가 이번 조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국민안전과 직결되는 건설 비리는 반드시 추방돼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