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김준 기자]
“다르게 생각한다는 건 선입견이 깨지는 계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걸까. 인간의 주체적 노력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걸까?
”생각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겠죠? 자기 생각을 바꿀 준비가 돼있는 탐구의지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의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위 대화 내용은 대학생들의 철학 토론이 아니다. 지난 11일 열린 강원도교육청 주최 고교생 인문학 독서토론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의 토론 내용으로 수준 높은 토론의 바탕이 된 것은 대중 철학서 ‘생각한다는 것’의 저자 고병권 씨의 20분짜리 짧은 강의였다.
참가 학생들은 모두 캠프에 참가하기 전 책을 읽고 각 학교 독서 동아리의 내부 토론을 통해 저자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골랐다. 그 질문 중에 대표로 선정된 것이‘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였고, 저자는 이에 대한 답변 강의를 한 것이다.
고병권 씨는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교도소 재소자에게 했던 인문학 강의의 추억을 전했다. “아버님은 위독하시고 자녀들은 학비를 못내 궁지에 몰린 사람이 공사 현장에서 체불임금을 받아내려고 싸우다가 불을 질러 교도소에 수감됐어요. 그 사람이 제게 묻더군요. 자신이 그때 어떻게 행동하는 게 과연 ‘생각하는 것’이겠냐고?”
이어 저자는 “저는 그 질문에 대답을 못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았어요. 그 사람이 자신에게 그 질문을 던지는 동안에는 그런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요”
즉 '철학에는 정답이 없지만 ‘생각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라는 저자의 생각을 본인의 경험을 예로 들어 쉽게 설명한 것이다. 저자의 강의에 감동받은 학생들은 큰 박수를 보낸 후 곧 이어 모둠별로 열띤 토론에 들어갔다.
캠프 운영진을 맡고 있는 서현숙 교사(강원생과고)는 “독서는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질문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경험시켜주는 것이 목표다”며 “토론 방식도 협력을 강조해 경쟁에 익숙한 학생들이 혼자만의 사유를 넘어서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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