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오바마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핵무기 없는 안전한 세계를 추구하는 것이 평화와 정의"라고 밝히며 미국과 러시아의 협상을 통해 냉전시대의 핵군비 상황을 넘어서기 위한 감축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 배치를 195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미국은 핵무기 추가 감축을 논의하고 있다"며 "냉전시대의 핵보유 전략을 넘어서기 위해 러시아와 협상하겠다"고 다짐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2011년 2월 발효된 새 START에 따라 2018년까지 핵탄두 보유기수를 1550기로 줄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 START는 핵탄두를 탑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800기까지 보유하도록 상한선을 정했다.
지난해 9월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1722개, 러시아는 1499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다.오바마는 또한 이날 2016년 핵안보정상회의를 미국에서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연설은 1963년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는 명연설을 남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독일 방문 50주년과 시기가 맞물렸다.
오바마는 "우리가 눈을 들어 케네디 대통령이 주문하는 것을 주시한다면, 우리의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로운 평화'를 반복적으로 언급, 이를 위해서 무관용, 빈곤, 중동분쟁, 경제적 불평등과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환경 문제를 "우리 시대의 지구적인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는 "오늘의 위협은 반세기 전처럼 거세지는 않지만, 자유와 안보,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우리 시대의 시험이 반세기 전 베를린을 정의한 `분투 정신'(fighting spirit)을 똑같이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주재한 회의에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와 비핵 무기들이 점점 향상돼 핵무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러시아가 이에 대한 억지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오는 2020년까지 국방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공중우주군 현대화를 위해 전체 군 현대화 비용의 약 20%에 해당하는 3조4천 억 루블(약 120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날 푸틴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직전에 열린 것으로, 연설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해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도 "다른 많은 나라가 핵과 미사일 전력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미국과 양자 차원에서만 무한정 핵무기 감축 합의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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