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김경희 기자] 제주시 화북동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해안가에 현대식 펜션 ‘애랑과 배비장의 집’이 10월 1일 새롭게 문을 연다.
제주의 역사와 비경을 간직한 화북동은 과거 화북포구와 조천포구가 제주의 관문 역할을 했고 조선의 후기 고전소설인 배비장전의 무대이기도 하다. 배비장전은 작자 미상의 조선 후기 한글소설로 판소리 12마당의 하나인 〈배비장타령〉을 소설로 개작한 것이다.
1916년 발간된 구활자본과 1950년에 나온 필사본을 대본으로 한 주석본이 있다. 주인공 배비장은 제주목사로 부임하는 김경을 따라 제주도에 도착한 후 서울을 떠날 때 어머니와 부인에게 결코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고 방자와 내기를 한다.
하지만 봄놀이 갔을 때 배비장은 수풀 속에서 교태를 부리며 걷고 있는 애랑을 보고 상사병에 걸린다. 이에 그는 방자의 주선으로 애랑을 만나게 되고 애랑과 놀아나던 중 변장한 방자가 남편 행세를 하며 들이닥치자 배비장은 당황해 궤짝 속으로 들어간다.
이때 궤짝을 들어 "바다에 던져버리겠다"며 동헌으로 가져가 던지는 시늉을 한다. 이에 바다 위에 던져진 줄 안 배비장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알몸으로 튀어나와 허우적거리며 헤엄치다가 동헌 대청에 부딪혀 온갖 망신을 당하게 된다는 내용이 담긴 대표적인 희극소설이다.
또한 화북동에는 해신사, 환해장성, 화북연대, 김씨와가, 비석거리 등의 역사유적이 있으며 주변에는 국립제주박물관, 제주 의녀 만덕을 기리는 만덕공원을 비롯해 근세사의 아픔을 나타내는 제주 4.3운동 유적지인 곤을동 마을터가 별도봉(일명 화북봉)에 보존돼 있다.
이런 지역 역사의 긍지를 이어 받아 펜션명을 '애랑과 배비장의 집'으로 정하고 객실은 제주 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이 잘 보이도록 전망권을 조성하고 현대식 콘도 형태로 시설을 갖춰 가족이나 소수의 인원이 편리하게 사용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식당, 커피숍 등을 갖춰 휴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이 곳의 임경순 대표는 "펜션의 이익보다는 고객들이 좋은 휴식 공간을 통해 일상생활의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에 만족을 느낀다"며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초심을 잃지 않고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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