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점자도서관, (주)도서출판 점자 육근해 관장】지식정보화사회에서 도서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정보를 습득, 교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점자도서관에 눈길이 쏠린다.
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이 현저하게 미흡했던 1969년, 故육병일 전 관장이 사재를 털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점자도서관인 한국점자도서관(관장 육근해, infor.kbll.or.kr)은 그동안 시각장애인을 위한 지식 정보 환경의 근간을 마련해 왔다.
부친의 고명한 뜻을 이어받아 한국점자도서관을 이끌고 있는 육근해 관장은 미온한 정부의 복지 정책에 따른 장애인 복지의 사각지대 속에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혁신적인 행보를 단행하며 많은 이들이 귀감을 사고 있다.
43년의 역사가 돋보이는 한국점자도서관은 1980년대 찾아가는 이동도서관의 시대를 열고, 시각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위한 정부간행물 보급 사업을 도맡아 왔다. 또 디지털 시대에 부흥해 가장 먼저 인터넷 전자도서관을 개관, 국제적 디지털토킹북을 도입하는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독서환경을 조성했다.
2000년부터는 전국민 20%에 달하는 독서장애인(시각장애인 및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에게까지 서비스를 확대해 촉각도서, 묵점자혼용도서, 점자라벨도서 등을 개발, 단순 자료 봉사의 차원을 넘어서 장애인들의 사회참여와 문화향유에 직접 접근하고 있다.
이동과 접근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우편대출과 직접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용자가 원하는 자료가 도서관에 없는 경우에는 자료를 점역, 녹음해 이용자의 편의증진에 만전을 기한다.
최근에는 미래형 복지서비스 '북(Book)소리버스'로 장애아동을 직접 찾아가 구연동화, 영어동화, 음악동화 등을 들려주는 독서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동등하게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해 장애인 인식개선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육 관장은 지난 2009년 (주)도서출판 점자 설립을 통해 출판 분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도서출판 점자는 국내 유일 일반 점자도서 외에 점자라벨도서와 촉각도서로 불리는 '묵(墨)점자 촉각도서'를 출판하고 있다. 점자라벨도서란 점자와 일반 글자가 혼재돼 있어 시각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일컫는데, 국내에서는 도서출판 점자에서만 만들어진다.
촉각도서는 스웨덴, 영국 등 몇 개의 선진국에서만 제작이 가능한데 도서출판 점자는 수준 높은 촉각도서로 지난 국제아동도서전시회에서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또한 도서출판 점자의 촉각도서는 해외로 수출돼 시장 영역을 넓히며 세계 속의 기업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육 관장의 혁신적인 행보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수화도서와 다문화도서, 노인과 저시력자를 위한 큰글자도서 등의 장애 유형별 맞춤형 특수도서로 장애인 도서문화 사업의 독보적인 획을 긋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들의 평등한 교육권과 자립을 위해 불철주야 힘쓰고 있는 육 관장은 "현재 장애인 복지는 물품 기부, 모금 등의 복지에만 치중된 경향이 있는데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립, 자활이다"며 "정부의 미온적 정책 속에서도 선진국에 뒤떨어지지 않는 서비스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향후 포부를 피력했다.
한편 육근해 관장은 시각장애인 자립·자활 및 사회참여에 헌신하고 (주)도서출판 점자 설립으로 장애인 도서문화 사업 활성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12 올해의 新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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