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식 한글조각가】 한글이 지닌 아름다움을 조각으로 표현하는 이봉식 한글조각가는 옛 서민들이 쓰던 글씨체(민체)를 입체예술로 승화시켜 한글의 멋스러움을 세계에 뽐내고 있다.
많은 예술가들이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적 우수성에 매료되어 그림, 서예, 점토, 의복 등에 예술소재로 활용하고 있으나, 한글을 ‘조각’이란 이름으로 예술세계를 투영하고 있는 이는 드물다. 국내외를 통틀어서도 순수 한글조각가를 찾아보기 힘든 가운데 이 조각가는 지난 2001년 데뷔 이래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며, 단기간에 한글조각의 새 지평을 열고 여러 우수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2011년 개정교육과정의 고등학교 교과서에까지 등재된 ‘한글 날개를 달다, 날개 한글을 입다’란 작품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청산별곡의 후렴구를 느티나무(자연목)에 한글 부조로 표현한 이 작품은 310cm에 이르는 대작이며, 30대 현존하는 작가의 작품이 고등 교과 미술자료로 수록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큰 이슈가 됐다.
특히 이 작품은 한글의 입체적 표현만큼이나 ‘날개’의 정교함이 두드러지는데, 찢는 듯 독특한 방식으로 날개를 형상화 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와 관련해 이 조각가는 “날개 조각 작업을 하면 할수록 무겁다는 느낌이 들어 실험적 과정을 수차례 거쳤다”며 창작까지의 작가적 고뇌와 수작(秀作) 탄생의 배경을 전했다.
이런 그는 대학시절 한 은사로부터 조형예술에 감화를 받아 졸업 이후 초등학교에 부임하면서 본격적인 서각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글이란 우리 고유의 문자를 조각하기 시작한 것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처럼, 한글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가장 좋은 표현 소재’라는 생각에서다.
이에 이 조각가는 작품을 만들 때 한글의 조형성과 의미성, 나아가 의미가 전이되는 과정에 주안점을 둔다. 그가 단순 조각을 넘어 한글의 기원, 기호·조형적 가치 등을 함께 연구하느라 땀 흘리는 이유가 짐작된다.
이 조각가는 “한글은 의미 전달의 기호적 가치와 심미 창조의 조형적 가치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또한 표음문자이면서 발음기관의 형상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의 요소도 내포됐다”고 설명한다. 이어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재형상화 과정을 통해 한자와 같은 상형문자의 요소를 뛰어 넘어 전 세계가 극찬할 정도의 우수한 문자로 한글이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글에 대한 강한 자부심 속에서 한글조각에 매진하며 국내에서 2번의 개인전을 개최했던 그는 조만간 프랑스 한국문화원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이 조각가는 “유럽에선 한글을 이미 예술성이 뛰어난 조형요소로 인정하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화유산인 한글에 날개를 달고 싶다”는 바람을 강하게 내비쳤다.
한편, 한글의 우수성과 예술성을 형상화시킨 작품 창작으로 한글의 세계화 및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해 온 이봉식 한글조각가는 시사투데이가 주최·주관하는 '2012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을 수상하며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박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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