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컬의 안승준, 베이스 주윤하, 기타 이해완, 드럼 서상준으로 구성된 보드카레인은 밴드가 결성 된 직후 2005년 SKY 인디그라운드 연말결선 준우승을 차지하고 2006년에는 문화콘텐츠진흥원 인디레이블육성지원 대상자에 선정되는 등 인디밴드로써 두각을 나타냈다. 또한그들은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맛을 알아갔고 2007년 1집 앨범 ‘The Wonder Years'를 시작으로 4장의 비정규앨범과 최근 11월초에 발매를 시작한 3집 정규앨범 ‘Faint'까지 총 7장의 앨범을 선보인 부지런한 밴드이다.
3집 앨범 ‘Faint'를 발표하며 12월 17, 18일 웰콤시어터에서 열린 ‘Romantic Vodkarain’ 콘서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보드카레인(이하 ‘보카’)을 와우산자락 아래 자리잡은 조용한 카페에서 만나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과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드카레인에 대해 직접 소개한다면
윤하 우리는 영국의 브릿팝의 영향과 80년대 초반의 어떤 날, 유재하, 조규찬, 김현철의 음악을 들으며 그 당시의 감성에 영향을 많이 받은 밴드이다. 영국의 브릿팝은 미국적인 락 예를 들면 하드 락 같은 경우 기타 소리가 세고 파워풀한 부분이 있다면 브릿팝은 서정적이고 어떻게 보면 한국적 정서와 잘 맞는 편이다. 좀 더 자연스러운 사운드에 더 집중이 돼 있다. 기계적인 사운드보다 생소리들도 많이 쓰는 특성이 있고 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비틀즈가 있지 않나. 우린 비틀즈를 정말 좋아한다. 비틀즈의 음악처럼 멜로디가 유려하고 부드러운 사운드를 추구한다.
멤버 모두 비틀즈를 좋아하나
해완 그렇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때는 메탈을 좋아했다. 스무 살 때 비틀즈를 들으면서 취향이 바뀌었다.
상준 나는 실용음악을 전공했는데 그때는 음악에 대한 편식을 좀 한 것 같다. 형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음악을 듣게 되고 연주 스타일도 많이 변했다. 그런 면에서 형들에게 감사한다.
데뷔 이후 짧은 시간에 인지도가 있는 밴드로 성장했다. 비결이 있나
승준 지금까지 해마다 앨범을 내고 공백기 없이 달려왔다. 홍대 클럽에서 공연도 매주 해왔고 어떻게든 관객과 소통하고 싶어서 불러주던 그렇지 않던 무조건 공연을 했다. 어떤 때는 관객이 3, 4명에 불과해도 공연을 했다. 돌이켜보면 조금씩 한 단계씩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보카’ 분위기는 어떤가
승준 회사가 회사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돌아가는 것처럼 밴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밴드라는 게 가장 작은 유기체로서의 집중을 요하는 단체인 거 같다. 무엇보다 감성적인 부분을 다루다보니 객관적인 팩트(fact)라는 게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항상 주관적인 대립각들이 계속 싸워야 되는 집단이니까 서로가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힘들다. 우리는 다행히 그런 부분을 잘 해왔다.
서울-도쿄 사운드 브릿지에 참여한 소감을 듣고 싶다
윤하 일본의 음악시장이 어마어마했다. 도쿄의 시부야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을 했는데 그 건물 전체에 개별의 클럽이 있었다. 그런 클럽들이 시부야에 여러 개 있다고 들었다. 클럽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줄 서 있고 어떤 5층짜리 건물은 건물 전체가 음반매장으로 꾸며져 있는데 그런 것을 보면서 시장의 규모에 마음이 쓰리기도 하면서 부러웠다. 사실 레이블 규모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서교가 40여개 정도의 레이블을 갖고 있는 연합이라면 일본의 최대 인디유통사 바운드는 1,400여개 레이블을 관리하고 바운드 같은 규모가 몇 개 더 있다고 하니 수적으로도 엄청난 차이다.
일본 팬들의 반응은 어땠나
윤하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호의적이었다. 이번 3집 앨범이 진지한 앨범이어서 열광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기 힘든 곡들인데 그럼에도 호의적이었다. 한국문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열려있어 도움이 된 것 같다. 우리는 주말에 공연을 해야 하고 공연을 보기 위해 혼자 가는 것도 어색한데 그들은 퇴근 후에 혼자 음악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공연 전에 책을 보다가 공연이 시작되면 음악을 감상하고 그런 것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월, 화, 수요일에도 솔드 아웃이 가능하고 관객층이 보장이 됐더라. 기회가 되면 일본 시장에 꼭 도전해 볼 생각이다.
얘기가 나왔으니 우리 인디씬의 현실은 어떤가
윤하 음악 산업을 볼 때 음악은 대부분 방송이나 음반 유통사가 담당하고 있는데 소비자한테 노출 되지 않으면 그걸 고를 수 없지 않나? 방송도 그렇고 아이돌 음악 중심으로 돌아가니까 다양한 음악을 접할 채널이 없다. 아이돌 시장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 같지는 않고 우리나라 시장 자체가 아이돌 시장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중, 고등학교때 아이돌 음악 외에 다양한 음악도 접할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웬만큼 적극적이지 않으면 그런 다양한 음악을 찾아 듣기가 쉽지 않다.
승준 시장 규모 자체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서울에 그것도 홍대라는 지역 한 곳에만 인디밴드가 모여 있다. 그러다 보니 인디음악 마니아가 늘어나는 것도 한계가 있고...우리도 스스로 채널 확보에 대한 시도라든가 소통의 방법론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보카’의 어쿠스틱 공연도 그런 것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어쿠스틱 공연 ‘로맨틱 보드카레인’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윤하 연말을 보내면서 따뜻한 공연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밴드 결성하면서 기획공연으로 시도했는데 전곡을 어쿠스틱으로 공연하고 그에 맞게 새롭게 편곡해서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한 가지 포맷으로만 다뤄지는 공연은 재미가 없을 것 같고 그래서 기획했다. 해마다 진행되는데 팬들에게 이번엔 어떤 공연일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해주고 싶었고 우리 바람처럼 많이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
3집 앨범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간단히 소개 부탁 한다
윤하 1,2집이 밝고 건강한 부분이 많았다면 3집에서는 1, 2집에서 선보였던 감성들이 집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희미한 기억에 대한 쓸쓸함, 잊혀진 것들에 대한 아련함 같은 것을 담았다. 잊혀진 얘기를 하는데 밝을 수는 없으니 예전에는 남들한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라면 3집 앨범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슬픔이라던지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감정선을 담고 싶었는데 자연스럽게 나왔다.
루시드 폴, 장윤주, 디어클라우드의 정아도 함께 참여했다고 들었다
승준 밴드마다 특성이 다른데 우리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감성이나 그런 걸 빌려 쓰고 싶어서 앨범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다. 새로운 창작물을 끄집어낼 때 자기 안에서 나오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 그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적인 것을 생각하고 시도한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승준 3집 앨범이 나왔으니 내년 4월까지 활동을 계속할 것이고 이후엔 개인적인 활동을 할 계획이다. 다른 프로젝트 밴드를 만들어서 활동을 할 것 같고 내가 없는 동안 다음 앨범 준비도 해야 할 것이고...
영국 유학을 간다고 들었는데
승준 장기적인 스텝 중 한 부분이다. 공부하려는 부분이 문화컨텐츠 기획, 경영부분이라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오래할 수 있을지 자생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 크니까
그쪽이 음악 시장도 오래 됐고 자생적인 아티스트들이 살아가는 방식들이 다양하니까 그런 시스템을 공부해오고 싶다. 석사과정이 그쪽은 1년이니까 어떻게 보면 우리가 다음 앨범 준비하는 기간정도이다.
그럼 한동안 공연은 어렵지 않나
윤하 ‘보카’를 만날 수 있는 게 공연이고 아무래도 1년에서 1년 반 정도는 공연을 못할 것 같아 아쉬운 건 있는데 더 멀리 보고 그동안 개인적인 활동하고 다음 앨범 준비하고 하면 금방 지나갈 것 같다. 다들 음악적으로 뛰어나니까 싱어송 라이터로서 솔로 앨범도 낼 생각이고 좋은 곡이 나오면 다시 찾아주실 거라 믿는다.
혹독한 추위를 녹일 만큼 독한 술 보드카. 보드카가 비가 되어 내린다면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보편적인 사운드와 멜로디에 사춘기의 감수성과 지나간 날에 대한 향수를 담아내며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아티스트 ‘보드카레인’.
모든 걸 얼려 버릴 것 같은 추위를 풍부한 감성이 진하게 베인 ‘보카’의 음악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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