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
40년 가까이 맹인으로 살다 다시 시력을 회복해 세상을 볼 수 있다면 당신은 행복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둠속에 갇혀 지내다 보게 된 세상이 찬란하며 아름답고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냥 기쁘고 행복할 것이라 단정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란영화 <윌 로우 트리>의 주인공 유세프(Pavis Parastui)는 시력을 회복하면서 행복하다고 믿었던 자신의 주변을 눈으로 확인하고 현실과 대면하면서 오히려 불안과 혼란속에 빠지며 삶에 대한 의욕마저 상실한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와 앞을 볼 수 있을 때의 미에 대한 인식과 평온함의 차이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 <윌로우 트리>는 아카데미 최초로 외국어상 후보에 오른 이란영화 <천국의 아이들>과 <천국의 미소>를 감독했던 마지드 마지디감독의 영화이다.
마지드 마자디 감독은 몇 년 전 놀라운 경험을 한 중년의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맹인으로 살다 시력을 회복한 사람이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스스로 던진 질문이 <윌로우 트리>를 만들게 했다.
이란에서 귀여운 딸 미리암, 헌신적인 아내 로야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대던 40대 중반의 맹인교수 유세프는 오른쪽 눈 아래 자라고 있는 악성 종양 치료를 받기 위해 파리로 향한다. 집을 떠나기 전 그는 신께 목숨을 살려 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파리의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은 유세프는 초기단계라 치료가 가능하고 또 망막이 빛을 감지하기 때문에 각막이식을 하면 앞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란 공항에 도착한 유세프는 자신을 마중 나온 가족들과 친척, 제자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다른 이들은 모두 낯설어 누군지 알아볼 수 없지만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유세프는 곧 어머니를 알아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자신을 환영하는 사람들 속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내의 얼굴을 찾다가 젊고 미인인 파리에게 눈길이 멈춘다. 가족과 친적들의 기쁨과 달리 불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유세프는 기대와 다른 현실, 숨겨진 욕망, 기억 속의 두려움과 대면하게 되는데...
시력을 다시 찾은 주인공의 이야기인 <윌로우 트리>는 2005년 테헤란에서 열린 파즈르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 음향상, 관객상 등 4개부문의 상을 수상했다.
주인공 유세프역을 맡은 파비스 파라스투이는 맹인 역할을 위해 3개월간 걷는 법과 제스처를 배웠다고 한다. 불안과 혼란스러움을 온 몸으로 표현해내는 그의 연기를 감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실존주의를 담아낸 최고의 이야기로 평가 받은 <윌로우 트리>는 4월 29일 개봉한다. <장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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