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13일 오후, 화재가 일어난 지 4일째인 숭례문(남대문) 화재현장에는 문화재청이 현장감식과 복원작업을 위해 쳐놓은 가림막 설치공사가 한창이다.
화재현장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잿더미로 변해 가림막으로 반쯤 가려진 숭례문의 모습을 보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과 마지막 모습을 담기 위한 사진촬영이 이어졌다.
또 전소된 숭례문 앞 추모현장에 한 시민단체가 ‘복원된 건축물을 여전히 국보 1호의 자격을 가지도록 하겠다’는 문화재위원회의 말이 문화재 개념을 망각한 발언이라는 성명서 발표 후 화재의 참상을 보일 수 있도록 ‘가림막을 걷어내라’는 피켓을 목에 걸고 시위를 벌여 시민들의 발길을 모았다.
문화유산연대 김란기 집행위원장은 “문화재 복원은 그 형태뿐만 아니라 재질과 성분이 같은 자재를 써 기존의 부제를 최대한 활용해 국보를 보존해야 하는데 이것을 위에 새로 재현하는 짝퉁 건축물은 국보가 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불편한 몸을 이끌며 휠체어를 타고 직접 화재현장에 나온 김동수(도봉동)씨는 지나가는 시민을 통해 대신 국화꽃을 전달해 달라며 화재현장을 지켜봤다.
그는 “지난 10일 밤 60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숭례문이 잿더미로 변해버린 모습을 TV로 지켜보며 밤잠을 설쳤다”며 “가슴이 아파 국화 한 송이 전해야 할 것 같아 직접 현장에 나왔는데 숭례문 화재현장을 가림막으로 가려 안타까울 따름이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조속한 사건해결을 위해 화재현장을 가림막으로 가렸던 서울중구청은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오후 늦게 급 수습에 들어갔다. 서울 중구청은 “이번 주 안으로 화재현장 일부를 투명 가림 막으로 대체해 숭례문 화재현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에게 방화에 대한 경각심과 잔재가 된 숭례문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화재사건 후 가림막, 복구, 성금 등 졸속한 사건처리에만 급급해하며 국민들의 언성을 다시 한 번 높이고 있다.
600년을 함께 해온 조상의 정신과 혼, 민족의 자존심까지 복원할 수 없듯이 문화재청, 서울시, 소방당국은 사건해결을 위해 좀 더 신중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공동취재 : 홍선화, 한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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