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의 한 중학생에 의해 밝혀진 패스트푸드점의 얼음 상태가 비위생적이란 사실이 보도되면서 패스트푸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얼음을 채취한 같은 곳 화장실의 변기물과 비교해본 결과 얼음의 박테리아 수가 변기물보다 70%나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패스트푸드의 문제점은 오랜 시간 우리 주변에서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패스트푸드란 주문하면 곧 먹을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칼로리에 비해 영양 성분이 턱없이 낮아 비만과 영양 불균형을 일으키고, 인공 감미료로 만들어진 획일화된 맛으로 미각을 잃게 만드는 패스트푸드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빨리 죽음으로 가는 음식’이라는 우습지 않은 농담이 있다. 시간을 중요시하는 현대사회에서 간단한 한 끼 식사대용으로 사랑받은 패스트푸드는 사람들로 하여금 웰빙 푸드를 선호하게 만든 지름길은 아닐까?
1986년 이 같은 패스트푸드에 반대하는 슬로우푸드 운동이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부터 전개되기 시작한다. 대량생산ㆍ규격화ㆍ기계화를 통한 맛의 표준화와 전지구적 미각의 동질화를 지양하고, 나라별ㆍ지역별 특성에 맞는 정통적이고 다양한 음식ㆍ식생활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킬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특히 미국의 세계적인 햄버거 체인인 맥도널드의 패스트푸드에 반대해 일어난 운동으로 맥도널드가 이탈리아 로마에 진출해 정통음식을 위협하자 미각의 즐거움, 전통음식 보존 등의 가치를 내걸고 식생활운동을 전개하기 시작, 몇 년 만에 국제적인 음식운동으로 발전하기 이른다. 슬로우푸드가 패스트푸드보다 점차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에는 음식의 대부분이 패스트푸드가 되었지만, 전통사회의 음식은 모두 슬로우푸드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철이 분명하여 좋은 음식재료가 생산되고, 여기에다가 조상들의 뛰어난 지혜가 합쳐져 훌륭한 슬로우푸드가 발전했다. 메주로 담근 된장과 간장, 고추장, 김치, 젓갈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곰탕, 설렁탕, 각종 떡이나 묵 등은 현재의 과학기준에서 보더라고 완벽한 슬로우푸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패스트푸드가 현대사회 및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먼저 패스트푸드는 6살에서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신체검사 및 영양검사에서 불균형을 가져온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년전에 비해 키와 몸무게는 3~5cm/kg이 늘었지만 오히려 체력은 약해졌다고 한다. 그 원인은 패스트푸드의 주원료인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 정제된 설탕, 화학조미료 때문이다. 아이들의 성장과 대사에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는 녹황색 채소가 없고, 거의 모든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니 그 위해성은 가늠하기 힘들다. 두 번째로 2000년 3월 미국의 맥도날드, 피자헛, KFC, 하겐다즈 등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의 제품에서 발암물질이자 환경호르몬 물질인 다이옥신, 퓨란이 검출되었다. 세계보건기구가 공인한 다이옥신 전문 측정기관인 ‘미스웨스트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맥도날드 ‘빅맥’에서 다이옥신류가 1.2pg, 피자헛의 ‘퍼스멜피자 슈프림’은 1.28pg, KFC 치킨은 1.29pg이 검출되었다. 이 자료는 비록 미국 내에서 조사한 것이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건 같은 품질의 상품을 판매전략으로 내걸로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햄버거나 피자도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세 번째는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파는 음식은 쟁반과 음식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회용품 천지이다. 다시 말해 비싼 로열티를 주면서도 쓰레기는 모두 우리 땅에 버린다는 사실이다. 햄버거를 포장 할 때 쓰는 코팅지, 아이스크림이나 콜라를 담는 컵, 쟁반에 깔린 광고용 종이까지 온통 한번 쓰고 버려지는 것뿐이다. 햄버거 포장 시 많이 사용하는 스티로폼이나 음료수 용기는 잘 분해되지 않고 제조 과정에서 오존층 파괴 물질인 ‘염화불소탄소’가 사용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외자 기업인 패스트푸드점에 비싼 로열티를 가져가고 우리 삶의 터전에는 쓰레기만 남기는 꼴이 되는 것이다. 네 번째로 식품첨가물의 위해성이 강한 패스트푸드는 대체로 값싼 재료를 이용한다. 착색료로 쓰이는 ‘아질선염’도 햄버거에 들어가는 햄이나 소시지류에서 가장 많이 검출되었고, 치즈와 버터 또한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더 많은 보존제와 첨가물이 들어간 제품을 쓰고 있다. 감자나 닭을 튀기는 기름도 몇 번이나 재사용하고 있어 우리 몸에 위험조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셈이다. 화학조미료는 감칠맛을 내는 ’글루타민산‘이 주성분이다. 글루타민산은 신경전달물질로 과량의 글루타민산이 신경조직에 흡수될 경우 신경 세포막을 과흥분상태로 만든다. 또한 신장에서의 칼슘 흡수를 막고 뼈속에 저장되어있는 칼슘까지 떨어져 나가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 슬로우푸드는 영양가 높은 음식을 천천히 먹자는 의미에서 사람들의 건강한 삶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빨리빨리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 빨리라고 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빨리빨리에 익숙해있고, 일상화되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느림을 강조하는 슬로우푸드가 확산된다면 빨리빨리의 부작용은 많이 줄어 들것이다. 또한 슬로우푸드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친환경적인 영농활동을 할 수 있는 소생산자를 중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업인 대부분이 소생자이므로 이들을 중심으로 농업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슬로우푸드는 어린아이들에게 미각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무리 질적으로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무관심하게 되면 그러한 생산을 계속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슬로우푸드로 인해 가능해진 미각교육을 도입하여 자라는 학생들로 하여금 우리 농산물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 농업을 슬로우푸드와 더불어 살리는데 기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슬로우푸드는 현대 음식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패스트푸드의 많은 지방과 콜레스트롤, 소금, 설탕 등의 첨가물은 비만, 고혈압 등을 가져오는데 비해 슬로우푸드는 우리나라 농산물을 이용하여 정성들여 준비함으로써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소화에도 부담을 주지 않으며 질병 또한 쉽게 걸리지 않는다.
웰빙열풍과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진되면서 슬로우푸드에 대한 관심 또한 증가하는 이때 패스트푸드를 지양하고 슬로우푸드를 확산시킴으로써 수천년간 지속되어온 우리의 농업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먹는 즐거움 또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사회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속도의 폐해를 극복하는데도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민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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