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공예기술교육원과 숨 카페를 운영 중인 임애자 원장은 9년 전 처음 한지공예를 알게 됐다. 우연히 한지공예 강좌를 듣게 됐는데 그 이후로 공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한지공예기술교육원을 설립하게 됐다.
현재 한지공예기술교육원 임 원장에게 한지공예를 배우는 회원은 20명이 넘는다. 임 원장이 직접 출강하는 도봉구청 문화강좌를 통해 한지공예를 배우는 학생들도 많다. 한지공예가 세밀한 손놀림을 통해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어 장애인과 70대 노인들도 한지공예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등 관심이 높다.
최근 임 원장은 회원들과 함께 한지공예를 연구하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공방과 숨 카페를 만들었다. 카페를 직접 디자인하고 실내 장식을 위한 작품도 직접 만들어 꾸며서 카페 곳곳에 임 원장과 회원들의 정성이 묻어난다.
숨 카페란 이름은 ‘숨 쉬다’라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이곳은 휴식하면서 손쉽게 우리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누구나 편안하게 한숨 쉬고 갈 수 있는 공간, 숨 쉬고 싶은 작은 공간인 숨 카페는 아직 시험단계일 뿐이다. 앞으로도 임 원장과 회원들의 정성스런 손길을 거쳐 더 좋은 공간으로 거듭 태어날 예정이다. 또 공방에서 만들어진 공예품들은 직접 판매해 장학회 수익금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임 원장은 “한숨을 돌린다는 것이 꼭 큰 공간일 필요는 없다. 작은 공간이라도 맘 놓고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곳이면 충분하다. 사실 우리나라 수공예품은 주로 인사동에 밀집해 있어 굳이 인사동이 아닌 도봉동에 공방 겸 카페를 만들게 됐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지공예를 알리기 위해서이다.”라고 말했다.
또 임 원장은 오래전부터 장학회 활동을 했는데 자금상의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숨 카페는 장애인 장학회의 비용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일부는 장학회를 운영하는데 보태질 것이다.
이곳은 소규모의 작업실과 카페가 이어져 있어 공방과 카페가 어우러진 아늑한 휴식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현재 도봉동 숨 카페가 1호점인 셈인데 앞으로 사람들의 호응을 많이 얻으면 제2호, 3호 카페를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확대시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편안하게 쉬다 갈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임 원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예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다. 공산품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데 수공예품의 경우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것은 공예품에 들어간 정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따라서 공방과 카페를 통해 아름답고 섬세한 우리나라의 한지공예품을 많이 알리고 싶은 것이 임 원장의 작은 바람이다.
숨 카페에는 연잎차, 연잎밥, 연근조림 등 특별한 메뉴가 있다. 이 메뉴에 쓰인 연잎은 몸에 쌓인 독소를 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 연잎에 밥을 싸면 밥이 쉽게 쉬지 않는다. 공주대학교 서승염 교수가 개발한 연잎 메뉴들을 통해 신체 정화와 정신적 피로도 함께 푸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한지공예의 매력, 과거와 현재의 공존
두 달 전 초대전으로 삼성동 코엑스 서울세계음식문화박람회에 전시된 닥종이 인형들은 모두 회원들과 함께 3개월 넘게 작업한 끝에 탄생하게 됐다. 코엑스 전시회 첫날 구석 자리에 배치됐던 한지공예품 닥종이 인형이 사람들에게 반응을 얻자 바로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행사장 가운데 배치됐다. 이를 계기로 홍콩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도 닥종이 인형이 보내질 만큼 국내외로 한지공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평소 임 원장은 작품 구상을 위해 인사동에 나가 다른 작품들을 둘러보거나 공예 관련 책자를 읽고 공예전문가에게 자문도 구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다른 사람들의 공예 작품을 보고 좋은 것은 내 것으로 만드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임 원장은 ‘퓨전’이라는 말 대신에 ‘공존’이라는 말을 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것. 재활용도 가능한 것이 바로 한지공예의 매력이다. 한지공예를 배우면서 주변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버릴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쓰다 남은 철사나 다른 종류의 물건 등을 버리지 않고 한지를 덧붙여 완성된 공예작품을 만들 수 있다.
한지로 만들어 단단한 닥종이는 우리 조상의 슬기이자 지혜의 결정체이다. 여기에 우리의 정성만 더 들어가면 쓸모없다고 여겨진 물건도 훨씬 더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한다.
인사동에서 바구니 등 한지 공예에 필요한 물건을 사려면 돈이 든다. 한지공예품을 만들 때에는 새로 재료를 사는 것보다 주변에 쓸모없이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는 것이 재창조의 의미도 있어 아주 좋다. 주변의 모든 사물이 한지공예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임 원장은 공예 교육을 시킬 때 제일 먼저 재활용할 것, 모든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말고 공예의 소재로 쓰라고 강조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마음으로 우리의 것, 우리의 과거를 잘 알아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임 원장은 “몇 백 년 전의 과거를 제대로 알아 현재에서 그것을 재활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데 한지공예의 의의가 있다. 앞으로 한지 공예를 최대한 활용한 숨 카페에서 최대한의 수익을 내 더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을 활용해 그 노력의 대가를 남을 도와주는 데 아낌없이 쓸 것이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김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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