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각 가정마다 장(欌) 하나 정도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또한 일반 사람들도 실내 인테리어에 관심들이 많아지면서 수입 엔틱 가구나 모던한 분위기의 가구를 세트로 장만해 온 집안을 장식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외에서 들여온 작품이라고 하면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 자신이 두고 활용하면서 기쁨을 얻기보다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경우가 많다.
뿌리를 알 수 없는 수입 가구에 비한다면 우리나라 전통의 나전칠기에 대한 수요는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알고 나면 그 매력과 빛깔의 향연에서 헤어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지닌 나전칠기 전통공예를 찾아서...
-전통공예 맥 끊어질 위기 외국인도 반하는 나전칠기
우리나라의 목칠공예 가운데 가장 이채롭게 발달한 것이 나전칠기라고 한다. 전통공예작가인 태극칠기(najeonchilgi.co.kr)의 김인영 대표는 나전칠기를 제작하는 공예가 중에서 제일 젊다. 나전칠기를 판매하는 가구점들은 많지만 직접 제작해서 판매하는 사람은 서너 명 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 나전칠기의 맥을 잇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서 그 맥이 끊어져가고 있는 지경에 처해있다. 자개를 기술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기술이 떨어져 만들지 못하게 되니까 기존에 공예 하던 사람들마저 다 떠나고 있다.
수입가구가 우리나라 가구시장에서 판을 치고 있지만, 외국 바이어나 손님들이 와서 보면 깜짝 놀란다고 한다. 우리나라 가구가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에 놀라고 신비스런 빛깔에 또 한번 놀라고 간다. 얼마 전, LA의 한 골프장에서 높이 2m가 넘는 대형 액자를 주문해 제작을 마치고 해외로 나가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 작품은 숲 속에 흐르는 강가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사슴을 자연과 어우러지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동서양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렇게 외국인도 보고 신기해하고 놀라는 우리의 것을 정작 주인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못 알아보는 것일까?
김 대표는 “우리의 것을 이어가고 있는 전통공예가들에게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안타깝다”며 홍보 자체도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숨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제작, 웰빙에 맞는 친환경 제품
자개장의 경우 주문 제작이 많지 않아 우선 만들어 놓은 제품을 태극칠기를 찾는 손님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손님의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아서 어려운 점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우연치 않게 인터넷에서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옛날의 자개장과는 다른 모습을 매우 좋아하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지금의 나전칠기 작품이 있기까지 김 대표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고, 자개로 묘사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시도했다고 한다. 기계가 아닌 전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장 하나를 완성하는데 6개월 정도의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자개의 색이라던가 재료 자체가 자연에서 나는 것으로만 만드는 친환경제품이기 때문에 웰빙 풍토에도 잘 맞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자개장은 나무, 조개, 자개를 모두 자연에서 얻고 칠도 옻칠로 모두 나무에서 채취하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고 집안에서 세균도 억제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작품으로서 소장가치가 있어 대물림 할 수 있다. 나무는 홍송으로 300~400년 이상 거쳐야 목재로 사용할 수 있고 단단해 뒤틀림이 없다. 한옥 같은 오랜 목조건축물에서 목재를 채취해 비 맞고 뒤틀렸던 고재를 사용한다. 나무가 아무리 좋아도 제자리에 잡혀져 있지 않으면 목재로 사용할 수 없다.
자개는 뉴질랜드자개, 전복류, 고동류, 진주패 등 자개마다 색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자개로 천연색을 살리고 있다. 자연을 재활용하여 작품으로 승화시킨 자개작품은 조개의 종류와 시간에 따라서 그 빛깔이 천차만별이다. 김 대표는 “자개의 빛깔을 내는데 많은 연구를 해왔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하다”며, 자개를 이용한 공예분야에서 이미 디자인과 색, 기술적인 부분으로는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자개장의 디자인을 위해 직접 바다 속에서 찍은 사진을 가지고 디자인한 것도 있고, 작품 속에는 십장생이나 매화와 같은 부와 장수를 의미하는 동식물들이 주로 등장한다.
자개를 이용해서는 못 만드는 것이 없다. 침대, 식탁, 테이블, 장식장, 화장대, 보석함 등 주문을 받아 제작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김 대표는 “나름대로 독특한 것을 만들어보기 위해 시도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었고, 이를 보고 주변에서는 젊은 사람이 맥을 이어나가는 자체가 대단하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고 한다. 김 대표는 가업을 이은 것이 아닌 선배들을 통해서 나전칠기를 배우게 되었고, 지금은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열심히 그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공예가와 소비자의 직거래 형성, 자개장 브랜드화 해야 할 것
김 대표는 “나전칠기와 같은 한국적이면서도 독특한 미를 지닌 작품들을 외국 손님들에게 알리고 직접 보여주면 얼마든지 해외 수출로의 거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혼자의 힘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전통공예 시장이 성장하려면 공예가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는 일반 가구점에서 자개장을 6~7천 만 원에 판매해 폭리를 취하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직접 제작해서 판매하는 곳은 망해가고 가구점들만 배가 불러가고 있는 것이다. 태극칠기와 같은 전통공예사에서 직접 제작하여 판매하는 가격은 2천 만 원 대로 일반 가구점 보다 훨씬 저렴하다. 자개는 수요만 따라준다면 공예가들의 손 기술이 섬세하고 뛰어나기 때문에 얼마든지 공급을 맞출 수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판로를 찾지 못하고 있어 문제라고 한다.
김 대표가 말하는 좋은 자개장은 “옻칠 냄새가 심하지 않고 작품이 섬세한 것이 좋지만 굳이 기준을 두기는 어렵다. 그러나 공예가의 살아 온 과정, 지금까지 만들어 온 작품을 보고 장사속이 아닌 만든 사람을 보고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직접 작품을 만드는 모습도 보고 누가 뭐라 해도 본인이 스스로 최고라고 만족을 느끼면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김 대표는 “현재로서 자개장은 브랜드가 따로 없기 때문에 앞으로 브랜드화 해야 할 것이다. 비록 디자인에 한계는 있지만 지금 이 기술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현대 가구에도 접목하고 체계적으로 배워 일선에 나와서 전통공예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한다.
우리의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전통공예인들에게 많은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길 바란다.
김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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