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공해 과다광고.. 지루함에 채널 바꿔
케이블 TV에 광고가 범람한다. 우측 상단에 프로그램명이 나타나도 한참을 기다려야 광고가 끝난다. 대표적인 케이블 영화채널 OCN와 홈 CGV의 광고편성표를 살펴보면 중간광고까지 포함해 한 편의 영화를 시청하기 위해 봐야하는 광고가 70~80개다. 길어야 2시간을 넘기지 않는 영화 한 편을 조각낸 결과다. 실제로 이 두 채널의 경우 20분마다 영화를 끊고 중간광고를 내보낸다. 그리고 다시 20분가량의 영화가 이어지는 꼴이다. 이미 영화는 맥을 잃고 계속되는 광고에 채널은 돌아가게 마련이다.
케이블 방송사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들여다보면 과다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심심찮게 읽을 수 있다. 홈 CGV 홈페이지 게시판에 ‘선전 좀 줄여라’는 직설적인 불만사항이 접수된 며칠 후 담당자가 답변을 달아주었다. ‘가능한 줄여서 시청자들께서 불편하시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가능한’이라는 단어가 적절한 선택이었는지 의심스럽다. 엄연히 방송광고에는 규제가 있다. 때문에 타당하고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위반시 과태료 부과, 규제해도 여전
지난 3월 방송위원회에 OCN은 올해 들어 한차례 위반사항이 적발돼 과태료 천만 원을 부과 받은 전적이 있다. 방송법 제73조 제2항 및 동법 시행령 제59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법정 방송광고 시간은 홈쇼핑을 제외한 PP의 경우 시간당 평균 10분, 매시간 최대 12분의 광고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광고시간이 초과된 양을 기준으로 10분 미만일 경우에는 5백만 원, 10분 이상 20분 미만일 때는 7백5십만 원, 20분을 초과한 경우에는 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1년 이내에 중복 위반한 경우 기 과태료 부과액의 2분의 1을 가산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지난 8월 24일의 OCN과 9월 7일 홈 CGV 광고 방영 시간을 조사해본 결과 두 채널 모두 광고량에 위반을 보였다.
한차례 과태료가 부과된 OCN의 경우 8월 24일 8시 42분부터 방영된 프로그램이 9시 58분에 끝날 때까지 총 86개의 광고가 나갔다. 방영 기록된 대로 계산해 봐도 총 31분 5초의 광고 시간이 나온다.
총 시간에서 광고 시간을 빼면 실제 프로그램의 시간은 45분이 채 안 되는 셈이다. 이런 경우 약 9분의 광고가 제한 수위이다. 무려 제한 수위의 3배에 가까운 양이다. 홈 CGV는 9시 51분부터 126분 15초간 방영된 영화에 34분 45초의 광고가 송출돼 약 9분 이상의 초과량을 발생시켰다.
이에 OCN 관계자는 "실제로 8월부터는 방송광고 시간이 많이 지켜지고 있는 상태며 광고주 보호 차원에서라도 반복되는 광고를 내보낼 수가 없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적 회사이다 보니 광고에 대한 의존도를 아주 포기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는 게 것이다. 때문에 한달에 5일 안팎으로는 광고량이 제한을 넘어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를 위반해도 불법이 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방송위원회 알지만 단속 못해
케이블 TV의 역사만 10년이 됐고 수많은 케이블 방송사가 현존하는 요즘 텔레비전 채널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케이블 TV 방송이 보편화되면서 불법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정한 요금을 지불하며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의무적이나 다름없게 불필요한 많은 광고 또한 시청해야하기 때문이다.
횡행하는 과다광고에 대한 규제가 왜 미비한가에 대해 묻자 방송위원회 평가분석부 관계자는 매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내놨다.
그러나 취재에서 조사한 결과 광고 편성표를 접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위반사항을 식별해내는 것도 손쉬웠다.
실제 방송되는 광고 실태 조사는 방송위원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하고 있다. 방송위원회 평가분석부에서 넘겨받은 광고 편성표 역시 KADD가 출처로 돼있다. 불법광고가 반복되고 이에 대한 대처가 안일해지면서 지켜져야 할 소비자의 권리만 무너지고 있다.
많은 케이블 TV 방송사들이 방송위원회의 단속이 자주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불법 과다광고를 시행하고 있다. 그로인해 누구보다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보호받지 못하는 권리속의 시청자들이다. 업체에서는 엄청난 광고 수익을 올리면서 가끔 단속에 적발되어 과태료를 내는 편이 낫겠다는 것이 그들의 계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방송으로서의 의무보다 상업화에 길들여진 자세로 시청자를 기만하다보면 방송 자체로도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10년 동안 이어져온 케이블 TV의 맥을 지켜가려면 진정성 있는 방송으로 승부를 거는 자세가 절실하게 필요한시기다.
이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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