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투데이 = 이윤재 기자] '이 이야기가 정말 도대체 어디에 도달하고 싶었는가'를 꼭 곱씹게 되는 블랙 코디미 영화 <고당도>가 개봉한다.
이 영화는 현실적인 문제로 서로 등을 돌리고 살아온 가족이 엉뚱한 소동을 거쳐 다시 서로의 자리를 확인하게 되는 이야기로, 중의적인 제목은 영화의 온도와 정확하게 맞닿아 있다.
오랜 기간 아버지를 돌보며 지쳐가는 딸 선영은 병원에서 위독한 상황을 듣는 순간마저도 마음 한구석이 무겁고 복잡하다.
사채 빚에 쫓기는 남동생 일회도 마찬가지. 이회는 아내 효연과 아들 동호를 데리고 병원을 찾는다. 의대에 합격한 동호를 축하할 새도 없이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는 현실은 남매의 마음을 더 팍팍하게 만든다.
아버지의 상태는 위중하지만, 슬픔을 느낄 여유조차 없는 두 사람은 각기 다른 피로를 안고 병실을 오간다.
그러던 중 효연이 실수로 아버지의 부고 문자를 보내버리며 상황은 급격히 굴러가기 시작한다.
부고 문자를 받은 금순 고모는 친척 중 가장 부유한 인물로, 남매는 과거 고모가 모친상 때 거액을 냈던 기억을 떠올린다.
결국 세 사람은 동호를 위해 가짜 장례식을 치르자는 기막힌 계획에 합의한다.
선영은 병원과 장례식장의 전산 구조가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빈소를 만들어낸다. 편의점 음식과 버려진 꽃으로 급하게 상을 꾸미는 장면은 웃음 속에 씁쓸함을 남긴다.
경비를 속이며 겨우 가짜 장례식을 성공시킨 이들은 고모에게 받은 천만 원을 손에 쥐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효연과 선영은 이 돈을 동호의 등록금으로 쓰고 싶어 하지만 일회의 표정은 사채업자들의 그림자 때문에 어둡기만 하다.
영화는 아직 죽지 않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꾸미며 우왕좌왕하는 이들의 모습을 블랙 코미디의 정수로 담아낸다.
세 번에 걸친 가짜 장례식은 점차 더 극적으로 흘러가며 이야기에 속도를 붙인다.
돈 때문에 가족이 서로 멀어지고 상처를 주는 현실을 드러내는 동시에, 마지막에는 작은 감 하나를 나눠 먹는 장면으로 온기를 남긴다.
강말금은 냉정하면서도 지쳐 있는 장녀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봉태규는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남동생의 인물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장리우는 현실적이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효연을 조화롭게 완성한다.
세 배우의 앙상블은 작은 사건에도 감정의 밀도를 높이며 관객을 화면 가까이 끌어당긴다.
88분의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도 영화는 웃음, 씁쓸함, 따뜻함을 고르게 담아낸다.
가족의 민낯과 온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블랙 코미디 영화 <고당도>는 오는 12월 10일 극장가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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