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이스라엘 가치·규범에 맞지 않아" 사태 수습 나서
[시사투데이 이지연 기자]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 구호선단 활동가들을 나포한 후 이스라엘 당국이 손을 묶은 채 무릎 꿇린 영상이 공개되자 국제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향하던 구호선단을 나포한 데 이어 탑승 활동가들을 전쟁 포로나 현행범처럼 거칠게 다룬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요국들은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이날 가자지구 해상 봉쇄를 뚫으려다 억류된 국제 활동가들을 찾아가 조롱하는 영상을 공개한 뒤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영상에는 이스라엘 남부 아스돗 항구의 임시 구금시설 바닥에 손이 뒤로 묶인 채 줄지어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댄 국제 활동가 수십명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일부 장면에서는 벤그비르 장관이 무릎을 꿇고 있는 활동가들 앞에서 대형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고 히브리어로 "이스라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우리가 이 땅의 주인이다"고 말하는 모습도 담겼다.
이후 국제사회는 규탄 성명을 쏟아내고 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성명을 통해 "EU 시민들도 포함된 활동가들에 대한 처우는 굴욕적이었고 잘못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벤그비르 장관의 행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직을 맡은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 처신"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구금된 모든 사람은 안전과 존엄을 보장받고 국제법에 따라 대우받아야 한다"며 "이들 활동가에 대한 처우는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구호선에 탑승한 민간인들에 대한 끔찍한(abominable) 처우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캐나다는 폭력 선동을 반복해온 벤그비르 장관에 대해 이미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를 포함한 강력한 제재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도 "중대한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주뉴질랜드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하겠다고 밝혔다.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교부 장관은 "이스라엘이 국제법상 의무를 준수할 것을 기대한다"며 "벤그비르 장관의 최근 행동은 지난해 그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의 정당성을 다시 확인해준다"고 말했다.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도 성명을 내고 "벤그비르 장관이 게시한 영상은 충격적이며 용납할 수 없다"며 "그의 행동과 구금된 이들에 대한 이스라엘 당국의 굴욕적인 처우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튀르키예 정부도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하거나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함께 대이란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도 이번 사안에는 선을 긋고 있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는 엑스(X)에 올린 글에서 "벤그비르의 비열한 행동에 대해 이스라엘의 모든 고위 당국자로부터 전면적인 분노와 규탄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례적으로 벤그비르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테러 조직 하마스 지지자들의 도발적인 구호선이 우리 영해에 진입해 가자지구에 도달하는 것을 막을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벤그비르 장관이 구호선 활동가들을 대하고 다룬 방식은 이스라엘의 가치와 규범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적 파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구호선 활동가들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이스라엘 영토 밖으로 강제 추방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세계 40여국의 친(親)팔레스타인 활동가 약 430명은 최근 이스라엘군의 해상 봉쇄를 뚫고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겠다며 50척 이상의 선박에 나눠 타고 출항했다.
이스라엘 해군은 이 선박들을 모두 나포했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KFFP)' 소속 한국 국적 활동가 2명과 한국계 미국인 1명도 억류됐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스라엘이 국제법적인 근거 없이 한국인을 체포·감금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행동이 "너무 비인도적이고 심하다"면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발부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을 언급하는 등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놨다.
이지연 기자 sisatoday001@daum.net
[저작권자ⓒ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