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4%↑·제조업 1.2%↑…실질 GDI 15.6%↑, 38년여 만에 최고
[시사투데이 이윤재 기자] 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중동발 악재를 딛고 예상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했다.
특히 반도체 가격이 뛴 덕분에 실질 구매력 지표가 38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깜짝 성장'이 나타나면서 연간 3%대 성장률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반기 평균 -0.1%만 넘으면 3%를 웃돌아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23일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은이 지난 5월 제시한 2분기 성장률 전망치(0.2%)보다 0.4%포인트(p) 높다.
분기 성장률은 작년 4분기 -0.1%에서 올해 1분기 1.8%로 급반등한 데 이어 기저효과를 극복하고 2분기에도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올해 1분기 3.8%, 2분기 3.7%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2분기 들어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성장 하방 압력이 커졌으나, 전례 없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를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중동 전쟁으로 생산 활동과 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지만, 나프타 수급 안정화, 비축유 스와프 등 정부 지원 정책과 수입 다변화 영향이 매우 컸다"고 평가했다.
이 국장은 "올해 3분기와 4분기 성장률 평균이 -0.1%면 연간 3% 성장률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3%대 성장률이 나오면 2021년 4.7% 이후 5년 만에 최고"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수출 금액과 에너지 수입 금액 차이를 보면, 하반기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지만, 마이너스까지 갈 상황은 아니다"라며 연간 성장률 3% 상회 가능성을 우회 시사했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재화와 서비스가 모두 늘어 0.4% 증가했고,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0.2% 늘었다.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이 줄어 0.2% 감소했으나,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가 늘어 0.2% 증가했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연구개발, 소프트웨어 등을 중심으로 3.3% 늘었다. 2012년 1분기(5.4%) 이후 1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수출은 반도체, 기계 및 장비 등을 중심으로 1.4% 증가했고, 수입도 자동차, 기계 및 장비 등을 위주로 0.8% 늘었다.
2분기 성장률에 대한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전체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3%포인트(p)로 집계됐다.
수입보다 수출이 더 크게 늘어 순수출(수출-수입)이 성장을 0.3%p 끌어올렸다.
민간소비는 0.2%p 기여했으나, 정부소비(0.0%p)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도 각 0.0%p로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 국장은 "2분기는 수출 중심 성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내수와 순수출이 고루 성장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를 포함하는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의 전기 대비 성장 기여도가 1분기에는 절반을 넘었으나, 2분기에는 30% 미만으로 낮아질 것 같다"며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40%대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영 한은 지출국민소득팀장은 민간소비와 관련, "삼성전자 상품권 환급 행사 규모가 컸다. 가전으로만 최소 3조원대 소비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2분기 중 주가가 올라 소비심리가 좋아졌다. 백화점, 의류, 가방 등을 중심으로 소비가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고유가 피해 지원금이 있었고, 국내 관광 지원을 위한 정책들로 서비스도 음식숙박업, 여행 쪽으로 좋은 흐름을 보였다"고 부연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를 중심으로 1.2% 증가했다.
전기가스수도사업은 수도 및 원료 재생업을 중심으로 1.3% 감소했고, 건설업도 토목건설 위주로 1.9% 줄었다.
농림어업은 재배업과 어업을 중심으로 7.1% 줄었으나, 서비스업은 도소매와 숙박음식업, 금융 및 보험업, 정보통신업 등이 늘어 1.1% 증가했다.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작년 2분기보다 15.6% 증가했다. GDI 증가율은 1분기(13.2%)를 뛰어넘어 1988년 1분기(16.4%) 이후 38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질 GDP 성장률과의 격차는 1분기보다 더 크게 벌어졌다.
실질 GDI는 생산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수치다.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이 오르면서 교역 조건이 개선된 영향으로 급증했다.
이 국장은 "과거 100원짜리 수출품을 100개 생산해서 소득이 발생했다면, 지금은 똑같은 품목을 100개 생산해도 가격이 200원이 돼서 소득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실질 GDI 증가세가 계속 지속된다면 기업 투자 여력과 가계 구매력 확충 효과가 있어서 내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신현송 한은 총재는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 2분기 실질 GDI 성장률 등을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윤재 기자 sisa_leey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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