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지금은 국가에 독립적인 인권위원회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로 여겨지지만, 많은 인권단체와 인권운동가들의 치열한 노력 위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의 결단으로 이룬 소중한 결실이었다"며 "저도 당시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을 위한 노력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깊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서로의 삶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경험했다. 이웃의 안전이 나의 안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 "치매 어르신들의 권리와 기초생활 보장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권위의 권고는 치매 국가책임제와 부양의무자 폐지로 이어졌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관행에 의문을 제기해 인권의 지평을 넓힌 것은 인권위가 이루어낸 특별한 성과"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던 ‘살색’이라는 표현이 인종차별이 될 수 있음을 알렸다. 남학생부터 출석 번호 1번을 부여하던 관행에도 제동을 걸었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바뀌어야만 우리 모두의 인권이 넓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소중한 사례들"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다른 사람 인권이 보장될 때 나의 인권도 보장된다"면서 "인권 존중 사회를 향한 여정에는 끝이 없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인권의 개념이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전 세계는 차별과 배제, 혐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와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속에서 발생하는 격차 문제도 시급한 인권 현안"이라며 "앞으로 인권위 존재와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또 "대화와 타협, 공감을 이끌고 모두의 인권을 조화롭게 높여나가기 위해 특별히 애써 주기 바란다. 때로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요구하는 것도 인권위가 해야 할 몫"이라며 "정부는 인권위의 독립된 활동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약계층 지원을 늘리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들어 나가는 일도 함께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이라는 기구법 안에 인권 규범을 담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가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고 선언하고 있다"며 "그러나 자유와 평등, 존엄과 권리는 언제나 확고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등은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일궈낸 소중한 성과이며, 우리의 존엄과 권리는 우리가 소홀하게 여기는 순간 빼앗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지금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명동성당은 독재에 맞서 자유와 인권의 회복을 외쳤던 곳이다. 인권위의 출범을 위해 인권운동가들이 뜻을 모았던 장소이며 인권위의 독립성이 위협받던 시절에 저항의 목소리를 냈던 곳"이라며 "우리는 항상 인권을 위해 눈 뜨고 있어야 합니다. 자유와 평등, 존엄과 권리를 위해 생생하게 깨어 있어야 한다. 오늘 민주주의와 인권의 전진을 이끈 분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인권존중 사회를 향해 더욱 힘차게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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