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28일 "대한민국 위기의 역사에서 대구는 언제나 의연하게 일어섰다. 구한말 의병항쟁의 본거지였으며, 일제의 경제 침탈에 맞선 국채보상운동, 6·25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핀 재건과 산업화 그 시작은 모두 대구였다"며 "이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대구의 힘은 빛을 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의 시초가 된 '3·28 대구운동','코로나19 범시민대책 위원회' 등은 대구시민이 솔선수범으로 만드신 전국 최초이자 세계의 모범이 된 '참여 방역'의 원형"이라고 평가했다.
정 총리는 이날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61주년 2.28 민주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세계 주요 언론들도 대구를 극찬했다.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한 도시"라며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이 버티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어 "대구 방역 현장을 찾을 때마다 시민 여러분께서 보여주신 대구의 품격에 크게 감동했다"며 "세계가 인정한 대구의 품격은 우리 국민 모두의 자랑이고 불굴의 용기와 기개로 위기극복에 앞장서는 대구의 역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차디찬 풍설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새로운 봄의 희망을 열어갔던 2.28 대구시민의 정의로움을 기억하겠다"며 "한국 민주화운동의 뿌리인 2.28 민주화운동이 합당한 평가를 받아, 61년 전 대구를 시작으로 민주화 투쟁에 나섰던 민주열사들의 숭고한 정신이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록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오랜 시간 코로나 위기가 이어지면서 우리 모두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먹장 같은 구름 위에는 태양이 작열하고 있다"며 "코로나를 이기고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가자. 불의를 걷어내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역설했다.
<다음은 2·28민주운동 결의문(1960년)>
인류 역사이래 이런 강압적이고 횡포한 처사가 있었던고, 근세 우리나라 역사상 이런 야만적이고 폭압적인 일이 그 어디 그 어느 역사책 속에 끼어 있었던가?
오늘은 바야흐로 주위의 공장 연기를 날리지 않고 6일동안 갖가지 삶에 허덕이다 모이고 모인 피로를 풀 날이요, 내일의 삶을 위해 투쟁을 위해 그 정리를 하는 신성한 휴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하루의 휴일마저 빼앗길 운명에 처해있다.
우리는 일주일 동안 하루의 휴일을 쉴 권리가 있다. 이것은 억지의 말도 아니고, 꾸민 말도 아니고, 인간의 근세 몇 천년동안 쭉 계속해서 내려온 관습이요, 인간이 생존해 나가기 위한 현명한 조치이다. 그러나 우리는 살기위해 만든 휴일을 어찌 빼앗기리. 우리는 피로에 쓰러져 죽어야만하나, 생각해 볼지어다. 우리는 배움에 불타는 신성한 각오와 장차 동아[東亞]를 짊어지고 나갈 꿋꿋한 역군이요, 사회 악에 물들지 않는 백합같이 순결한 청춘이요, 학도이다.
우리 백만학도는 지금 이 시각에도 타고르의 시를 잊지 않고 있다.
『그 촛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큰 꿈을 안고 자라나가는 우리가 현 성인사회의 정치 놀음에 일체 관계할 리도 만무하고 학문 습득에 시달려 그런 시간적인 여유도 없다. 그러나 이번 일을 정치에 관계없이 주위 사회에 자극 받지 않는 책냄새 땀냄새 촛불 꺼멓게 앉은 순결한 이성으로써 우리의 지금까지 배운 지식을 밑바탕으로 하여 일장의 궐기를 하려한다.
백만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는 지금 이 순간애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서는 이 목숨이 다 할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들의 기백이며, 이러한 행위는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우리는 민족을 사랑하고 민족을 위하여 누구보다도 눈물을 많이 흘릴 학도요,
조국을 괴뢰가 짓밟으려 하면 조국의 수호신으로 가버릴 학도이다.
이 민족애의 조국애의 피가 끓는 학도의 외침을 들어 주려는가?
우리는 끝까지 이번 처사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 있을 때까지 싸우련다.
이 민족의 울분, 순결한 학도의 울분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나?
우리는 일치단결하여 피끓는 학도로서 최후의 일각까지 부여된 권리를 수호하기 위하여 싸우련다.
1960년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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