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위장전입' 논란으로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저는 5대 비리 배제 원칙이 깨끗한 공정 사회를 위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제가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만약 공약을 구체화하는 인수위원회 과정이 있었다면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사전에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가운데 인사가 시작되면서 논란이 생기고 말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른바 인사원칙 위배 논란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6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과와 유감 표명에도 야당에서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기 때문에 문 대통령은 사과와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5대 비리 관련자의 고위공직 배제 원칙을 재천명했다. 대선 득표율의 두 배가 넘은 80% 이상의 국정수행 지지율 덕분이다. 더구나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 여론 역시 70% 이상이다.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금의 논란은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야당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드린다"면서 특히 국정기획자문위와 청와대 인사수석실·민정수석실의 협의를 통해 현실성 있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구체적인 인사기준을 빠른 시일내에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정권이 바뀌고 후보자에 따라 흔들리던 인사원칙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서 고위공직후보자 지명 때마다 되풀이되는 인사혼선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의지다. 인사청문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인 차원의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가 당선 첫날 총리를 지명했는데 최대한 빠르게 내각을 구성해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서 "그런데 지명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늦어지고 정치화되면서 한시라도 빨리 지명하고자 했던 저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됐다. 새 정부가 한시 빨리 진용을 갖춰서 본격적으로 가동해 주길 바라는 국민께도 큰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5대 인사원칙 공약과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선거법 위반, 음주운전 등 더 큰 근절 사유가 있을 수 있는데도 특별히 5대 비리를 말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특히 많은 문제가 됐었던 사유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구체적인 인사원칙 마련으로 일각에서 공약 후퇴 논란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은 결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거나 후퇴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당연히 밟아야 할 준비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약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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