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유럽연합(EU) 탄생의 모태가 된 '로마조약' 서명 60주년을 맞아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EU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된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를 제외한 EU회원 27개국 정상들이 모여 결속을 다짐했다.
로마 선언 채택은 60년 전인 1957년 3월25일 로마조약이 체결된 카피톨리누스 언덕에서 이뤄졌으며, 당시와 동일한 펜이 사용됐다.
로마 선언은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 이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다양한 속도(multi-speed)의 유럽' 체제가 처음으로 명시됐다.또 EU 회원국 정상들은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 여파를 최소화하고 EU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지속적인 통합만이 미래를 위한 대안이라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정상들은 새로운 EU의 청사진을 담은 '로마 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정상들은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60년 전 두 차례 세계대전의 비극으로부터 회복하면서 서로 유대를 맺고 잿더미로부터 우리의 대륙을 재건하기로 결심했다"며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단결했고, 유럽은 우리 공동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선언문에는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함께 행동하되 필요하면 다른 속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다양한 속도(multi-speed)의 유럽'이라는 문구로 설명됐다. 각 회원국 상황에 따라 통합과 협력의 범위를 다르게 설정하자는 접근법이다. 동유럽권 국가들은 이 체제가 서유럽 위상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폴란드는 이 구상에 반발해 로마 선언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전날 태도를 바꿨다.
이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서로 다른 속도의 유럽은 공동의 유럽이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지만, 협상이 가능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EU 지도자들은 60년 전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혼란을 언급하며 오늘날 EU를 위협하는 시련을 함께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당신이 60년 전 유럽의 영웅들이 이루고 물려준 이 훌륭한 유산을 지킬 수 있는 유럽의 지도자란 사실을 증명하라"며 강력한 리더십을 촉구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창립자들의 그것과 결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10여 년 동안 EU의 발전이 정체된 것을 지적하면서 "EU는 성장을 촉진하고 빈곤 및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것을 통해 시민들의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젠틸로니 총리는 또 "우리는 문제를 안고 있고 어려움이 존재하며, 미래에도 위기가 닥칠 수 있지만 우리는 동시에 단결하고 전진한다"며 "유럽은 다시 시작할 저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EU는 현재 브렉시트와 극우 포퓰리즘의 부상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이날 로마에는 약 3만명의 시위대가 운집해 유럽 통합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유럽 통합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함께하면 일어서고, 분열되면 넘어진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유럽의 단결을 촉구한 반면, 반대 시위대는 'EU는 끝났다'며 반EU 정서를 드러냈다.
영국은 오는 29일에는 EU 역사상 최초로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고 탈퇴를 공식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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