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홍선화 기자] 호남정맥 줄기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를 향해 내달리다 우뚝 멈춰 선 변산, 그 산과 맞닿은 고요한 서해, 전나무 숲길이 깊은 그늘을 만드는 단정한 내소사, 울금바위를 병풍 삼아 아늑하게 들어앉은 개암사, 켜켜이 쌓인 해식 단애가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격포 채석강, 드넓은 곰소염전, 소박한 갯마을의 서정... 부안의 자연은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곳엔 아름다운 자연이 낳은 시인, 신석정(1907~1974)의 발자취가 문학관에 남아 있다. 석정은 1924년 11월 조선일보에 첫 시 〈기우는 해〉를 발표한 이래 한 세기의 절반을 교육자이자 시인으로 살았다.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한 것은 1931년 《시문학》 3호(마지막 호가 된)에 〈선물〉이라는 시를 게재하면서부터다. 이때 한용운, 이광수, 정지용, 김기림 등과 교류하며 문학적으로 성장한다.
첫 시집 《촛불》(1939)과 두 번째 시집 《슬픈 목가》(1947) 중 첫 시집에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를 포함해 당시 석정의 나이와 같은 33편이 실렸다.
그 후 《문장》에 게재될 예정이던 詩가 검열에 걸리고 《문장》이 강제 폐간되는 등 일제의 압박이 심해지던 시기에 쓴 시들은 1947년 두 번째 시집 《슬픈 목가》를 통해 발표되었다.
신석정문학관에서 시작한 부안 문학 기행의 다음 목적지는 매창공원이다. 매창이 누구인가. 석정이 “박연폭포, 황진이, 서경덕이 송도삼절이라면 부안삼절은 직소폭포, 매창, 유희경”이라 했다는 그 기생이자 여류 시인 이매창이다. 이별가의 절창 〈이화우〉는 매창이 유희경을 그리며 쓴 시로, 그 시비가 매창공원에 있다.
문학기행에 이어 부안의 자연을 즐기기 위해 30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달리다 보면 고사포해수욕장이 보인다. 그곳부터 국도를 벗어나 해변 도로 표지판을 따라가면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며 육지와 연결되는 하섬, 해안을 따라 1.5km 정도 이어지는 변산반도국립공원 격포 자연관찰로, 적벽강, 채석강 등이 차례로 이어지고, 격포에서 모항 지나 내소사를 거쳐 곰소로 가는 길이 펼쳐진다.
<곰소항에서 생선을 말리고 있는풍경>
부안 변산 마실길 3구간이 지나가는 왕포에서는 전형적인 갯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른 아침 바다가 고요하고 평화롭다.
내소사는 600m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 끝에서 단정하고 기품 있는 자태를 드러낸다. 백제 무왕 때(633년) 건립되었으며 대웅보전의 사방연속무늬 꽃 창살이 무척 아름답다.
곰소에서 부안 쪽으로 가면 개암사가 있는데 백제 때 지은 절로 대웅보전 뒤를 감싼 울금바위의 자태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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