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
경북 경주시 양동마을은 송국주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600여년 동안 씨족마을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간직한 채 자자손손 대를 이어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마을자체가 중요민속자료 제189호로 지정돼 있을 뿐 아니라 지난 7월 31일에는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곳 양동마을에서 9대째 송국주를 빚고 있는 이가 있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회재 이언적선생의 17대손인 이지휴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8년 전부터 모친의 뒤를 이어 송국주를 빚기 시작했다. 80이 넘은 노모의 손맛이 그대로 잊히게 되는 걸 안타깝게 여긴 그는 도시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노모의 손맛을 전수받아 지금은 송국주의 맛을 이어가고 있다.
송국주는 말 그대로 소나무와 국화를 이용해 빚는 술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솔잎과 국화잎을 이용해 빚는 술이다. 선비의 곧은 절개와 장수를 의미하는 소나무와 국화를 이용해 빚는 송국주는 풍류를 아는 선비들이 즐기던 선비들의 술이었다. 집에서 소량으로 담아 먹던 송국주의 역사는 송주에서 시작되는데 처음에는 솔잎만을 이용해 술을 빚었다는 얘기다. 송주에 국화잎을 더해 송국주를 선보인 건 이지휴씨의 7대조 할아버지 때부터다. 이씨는 국화가 간에 좋고, 국화잎은 두통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선조들도 알고 있었던 게 아니겠냐고 한다. 술은 마시되 건강도 함께 챙기라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기 술이라고 것이다.
송국주가 270년 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맛의 비밀은 우선 물 맛을 들 수 있다. 술 맛은 물 맛이라는 맛이 있을 정도로 술맛을 논함에 있어 물맛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니 송국주 역시 그 맛의 비밀은 물에서 찾는 게 순서다. 송국주는 물 맛 좋기로 소문난 양동마을 지하수를 이용해 술을 빚는다. 하지만 지하수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별도의 술물을 만들어 사용하는 게 송국주 맛의 비밀이다. 국화잎, 감초, 조청이 들어가는 술물에 쌀 위에 솔잎을 고르게 펴 솔 향이 자연스레 밴 고두밥을 지어 누룩과 버무린다. 발효가 잘 될 수 있도록 누룩과 섞은 고두밥에 술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반죽하듯 정성껏 비벼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한다.
또한 월성(경주) 손씨와 여강(여주)이씨의 집성촌인 양동마을은 600년을 지켜온 세월만큼 많은 고택과 국가지정 문화재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무첨당, 향단, 관가정, 서백당 등 양동마을을 대표하는 건축물은 모두 임진왜란 이전에 지어진 것들이다.
단풍여행도 좋지만 솔향과 국화향이 그윽한 청주 송국주 맛도 보고 600년의 세월을 담고 있는 많은 고택과 국가지정 문화재를 감상하면서 선조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가을 여행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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