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
오는 4월 23일부터 3일간 서울시창작공간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다. 프로아티스트 3인과 어린이아티스트 11명이 참여한 ‘『훈민정음』 아트북 디자인 전시 - 날애[나래]’는 한글 타이포그패퍼인 유사라씨가 2년 전부터 기획하고 준비한 전시회로 캐릭터디자이너 박용민씨가 뜻을 같이했다.
날애 전시회에 참여한 어린이아티스트는 2년 동안 유사라씨에게 프로젝트미술 수업을 지도 받은 어린이들로 기본기가 탄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이 11명을 선정, 2009년 12월부터 공동 작업에 들어갔다.
이 전시회가 특별한 것은 전시회 내용에 있다.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소재로 한 다양한 전시회 중 국내 최초로 훈민정음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선보이면서, 그 시작을 어린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만든 글자 이름이면서 그 글자를 해석한 책의 이름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훈민정음은 훈민정음해제, 즉 훈민정음 해설서를 말한다. 훈민정음의 과학적인 원리와 사용법, 만들어진 배경과 철학까지 성인도 이해하기 어려운 책을 아이들이 공부하고 연구하며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물이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재료가 되어 아이들의 순수한 상상력을 통해 시각언어로 재해석 된다.
전시회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한참인 유사라씨에게 결코 쉽지 않았을 작업과정과 전시회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작업에 참여한 11명의 유소년 아티스트>
Q. 한글 타이포그래피란 무엇인가
A. 타이포그래피란 전통적으로는 활판 인쇄술을 말한다. 현대에 와서는 활판 인쇄술뿐만 아니라 전달의 한 수단으로써 이용된다. 이해하기 쉽게 문자를 가지고 디자인하는 모든 영역을 타이포그래피라고 하는데 한글 타이포그래피는 문자가 한글인 것이다.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한 문화상품뿐만 아니라 패션, 책 등 다양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Q. 전시회 제목이 “날애”이다.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A. “날애”는 나래의 옛말로 날개라는 뜻이다. 우리 아이들과 우리의 훌륭한 문화유산인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다. 아이들과 나 자신 그리고 훈민정음도 이번 전시회를 통해 더 멀리 높이 날아보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Q. 전시회를 기획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A. 2년 전부터 개인 전시회를 열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있는데 그때는 아들과 둘이 작업한 작품 전시회를 가질 생각이었다. 그러다 좀 더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면 보다 풍부한 상상력의 다양한 작품이 나올 것이라 판단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프로페셔널한 전시회에 참여할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
Q. 훈민정음을 시각언어로 재해석한 전시회라고 들었다. 왜 훈민정음인가
A. 보통 사람들은 한글을 문화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냥 공기처럼 느낄 뿐이다. 한글은 세계에서 인정한 문화유산 아닌가, 우리부터 한글인 훈민정음의 내용을 자세히 알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의도와 배경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Q. 어린이가 직접 아티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어떻게 어린이들과 함께 작업하게 됐나
A. 우리 아이들이 언어를 터득하고 처음 접하는 문자가 한글이다. 그냥 문자로 한글을 배우는 게 아니라 한글인 훈민정음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과 훈민정음의 과학적인 원리, 철학을 알면 한글에 대한 자부심이 커질 거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순수한 상상력과 발상이 신선한 작품을 만들어 내리라 믿는다.
Q. 어린이들과 작업을 하면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떤가
A. 어른도 이해하기 어려운 훈민정음을 아이들에게 이해시킨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조선역사와 왕조, 야사에 이르기까지 책과 자료를 갖고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림을 그려가며 풀어나갔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점점 흥미를 갖고 받아들였다.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는지 알게 되자 신기해하고 어떤 아이는 세종대왕이 살아계시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며 강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오히려 훈민정음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면서 지루해하고 힘들어 한다. 전시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작품준비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없어 그것이 안타깝다.
Q. 갤러리를 섭외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어떤 점이 힘들었나
A. 갤러리를 섭외하면서 어린이들이 함께 참여한다니까 더 들어보지도 않고 다들 전화를 끊었다. 전시회를 하려면 입지조건이라든지 조명이 제대로 갖춰진 갤러리를 찾아야하는데 그런 곳이 마땅히 없었다.
재정적인 문제도 있고... 다행히 서교예술실험센터와 연결이 되어 제안서를 넣었더니 좋다고 했다.
Q. 어린이들이 작업하기에 만만치않았을 것 같다. 어린이들 반응은 어땠나
A. 조선역사와 왕조, 집현전, 학자들에 대한 공부를 한 후 캐릭터를 이끌어내기 위해 학자들의 업적과 에피소드를 가지고 상상력을 동원해 캐릭터를 추정해내는 작업을 했다. 그 다음 훈민정음 제자해 내용을 공부했다. 어렵고 딱딱한데도 오히려 역사를 배우면서 재미있어했다.
지금은 훈민정음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오히려 지루해하고 힘들어한다. 아이들이 하기엔 힘든 작업이고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하니 작업하면서 아이들이 돌아가면 아팠다. 그래도 전시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벌써 한글 타이포그래퍼가 되겠다는 아이도 있고, 시각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아이도 있다.
Q. 이번 전시회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게 있다면
A. 우선 아이들의 한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훈민정음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된 이유도 알게 됐고 한글에 대한 가치도 알게 됐다. 그리고 차세대 한글디자이너를 양성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최종 목표는 훈민정음을 비쥬얼쪽으로 기호화 된 책을 꼭 내고 싶다. 이번 전시회가 훈민정음을 비쥬얼화 하는 첫 실험단계라고 본다.
훈민정음이 보다 쉽게 비쥬얼쪽으로 재해석 된 것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아이들은 한글을 알리는 한글 문화운동가가 되었으면 한다.
Q. 전시회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A. 10월 9일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날애”의 두 번째 전시회를 갖는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한글 디자인한 티셔츠를 월드비젼과 협력해 오지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는 퍼포먼스도 계획하고 있고...
내년엔 프랑스 파리, 일본 아키타현에서 “날애” 전시회를 열려고 추진 중이다. 이번 전시회가 성공 여부가 상당히 중요하다.
이처럼 훈민정음에 푹 빠져 있는 한글 타이포그래퍼 유사라씨는 작업을 같이한 어린이아티스트들과 후원해 주신 학부모님들께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특히 작업에 참여한 어린이아티스트들은 이미 한글 운동가가 돼 있다.
열정과 인내가 만들어낸 5개월간의 작업 여정이 펼쳐질 “『훈민정음』아트북 디자인 전시-날애”의 비상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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