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문 안을 들어서 좁은 뒤뜰을 지나면 넓은 마당이 펼쳐지고 툇마루 아래 댓돌 위에는 검정색 고무신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마당 한쪽 아궁이에는 불을 피우면 금방이라도 김이 모락모락 올라 올 것 같은 크고 작은 솥이 놓여있다. 우뚝선 소나무 옆에는 따뜻한 봄 날씨를 즐기며 자연의 정취를 만끽 할 수 있는 정자와 정자방이 전통가옥의 참 멋을 더해주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자리 잡은 북촌한옥마을에 한국전통가옥인 락고재(樂高齋)는 도심 속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다. 옛 진단학회의 한옥을 전통체험 숙박시설로 개조한 이곳은 락고재라는 이름 그대로 옛것을 누리며 맑고 편안한 마음이 들도록 한옥의 전통을 살려 외국인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숙박, 식사, 세미나실로 이용 가능한 락고재는 바닥에 천연옥을 깔은 안방, 60년 된 ‘ㄷ’자 한옥을 보수해 현대식으로 개조한 별채와 천기토로 만든 장작 찜질방은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에게도 한국의 문화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건넌방, 행랑채방은 물건 하나하나에 옛 선비의 기품을 고스란히 담았다. 한국의 맛을 그대로 담은 한정식은 놋을 일일이 두들겨 만든 도자기, 빙자유기, 목기 등에 담아 음식과의 조화를 이루어 맛을 더해주고 있다.
락고재는 2005년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다니엘헤니가 머물던 촬영장소로 유명세를 타며 최근에는 한일합작 영화 ‘비몽’, MBC에서 방송될 ‘쩐의 전쟁2’의 촬영과 한국의 전통가옥을 소개하기 위해 일본의 후지TV에서도 소개될 만큼 촬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락고재에서 10일째 머물고 있는 타이완에서 온 베티양(Betty Yang,여,32)은 한국이 두 번째 방문이다. 그녀는 “현재 뉴욕, 일본 등 세계 각국을 여행 다니면서 그 나라에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서울 도심 속 전통가옥에 머물면서 한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한다.
현재 락고재를 관리하는 박선숙(여,60)씨는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관리를 하며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통역과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박씨는 “외국인들과 직접 아궁이에 불을 피우며 음식을 해먹기도 하고 얘기를 통해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 친구가 되는 것 같다”며 “그렇게 한번 찾던 손님들 중 다시 이곳을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락고재에 머무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전통 다도문화를 정자에 앉아 즐길 수 있는 다도체험, 직접 빚은 술과 주안상, 가야금, 판소리 공연 등을 통해 추억을 담아가고 있다.
홍선화,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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