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카소처럼 자유분방하게, 레오나르도처럼 정확하게, 르노와르처럼 화려하게
한국이 낳은 20세기 미술의 거장 古 백남준(1932.7.26~2006.1.29)은 대중매체인 텔레비전과 비디오를 예술매체로 활용해 ‘비디오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프랑스 파리 8개 대학은 이미 수년 전 ‘백남준 비디오 이론’이라는 과목을 개설했고 미국의 권위 있는 미술잡지 ‘아트뉴스’는 1999년 20세기가 낳은 25명의 대가 중 백남준을 지목했다.
세계 문화계에 큰 족적을 남긴 그의 창조적 업적을 기리는 KBS 백남준 특별전-‘백남준 비디오 광시곡’이 여의도 KBS(80주년 기념행사)신관 특별전시장에서 지난 26일 개막해 오는 12월 30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광시곡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장엄한 스펙테클과 시적환상을 과시하는 1984~2001년대의 작품들로 특히 1990년대 멀티모니터 작품이 주를 이룬다.
94개의 TV 모니터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비디오 벽체인 ‘비디오 벽’(1991)은 움직이는 벽화로 동영상의 조합과 분열이 관객에게 새로운 지각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10미터 길이에 166개의 모니터가 달린 전자 ‘거북’(1993), 실제 스쿠터와 20개의 TV로 결합시킨 ‘비디오 스쿠터’(1994), 고물 텔레비전 빈 캐비넷과 20개의 네온 튜브로 쌓아올려 통신과 소통을 향한 작가의 참여 열망을 담고 있는 ‘타워’(2001) 등 30여점의 중대형 출품작들이 600여개의 모니터로부터 동시다발적이고 변화무쌍한 영상들을 송출하며 환상적이고 영웅적인 비디오광시곡을 연주한다.
특히 ‘TV 침대’는 18개 TV모니터가 부착된 엔틱 베드로 1972년의 원작을 1991년에 재제작한 작품이다. 자신의 에로티카(미디어 섹스의 개념) 파트너 샤롯 무어맨의 휴식을 위해 만든 비디오 조각이자 무어맨이 누워서 TV첼로를 연주하도록 만든 퍼포먼스 작품이기도 하다.
전 구겐하임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존 핸하르트는 “현대 문화에서 비디오 아트가 크게 자리 잡은 것은 백남준의 예술과 놀라운 상상력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텔레비전을 이용한 프로젝트, 설치미술, 행위예술, 공동제작, 새로운 예술 도구 개발, 교육에 이르기까지 그는 대중 매체 문화 형성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언어를 재해석한 선구자적 존재인 백남준의 이번 전시가 90년대 멀티모니터 작품에 대한 재조명과 함께 재평가의 기회가 될 것이다.
홍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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