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나와도 가격 높아 매수자 관망…강북은 매매·전세 물건 가뭄
"세금 예측 안 돼 일단 지켜보기만…세제 개편안 공개 후 움직일 듯"
[시사투데이 이윤재 기자] 이달 29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내 실거주 유예 방안이 시행되며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고팔 수 있게 됐지만 아직 시장의 움직임은 조용하다.
강남과 한강벨트 일대는 매물은 일부 나오지만 호가가 높아 매수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반면 강북 일부 지역은 매매 물건도 전세·월세 물건도 부족한 매물 가뭄에 시달리며 가격도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 실거주 유예 첫날 허가 신청 "평소 수준", 매물도 줄어…'아직' 관망세
31일 새올전자민원창구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는 토허구역내 실거주 유예방안이 다시 시행 첫날인 지난 29일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가 총 11건에 그쳤다.
28일 7건. 27일 11건과 비교해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다.
송파구도 29일 첫날 신청 건수는 9건에 불과했다. 28일 12건, 27일 17건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노원구는 시행 첫날 21건이 접수돼 28일 7건, 29일 32건, 26일 52건과 늘지 않았다.
정부가 29일부터 올해 말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무주택자가 매수하는 경우 '잔금 후 4개월 내' 입주 요건을 기존 임차인의 임대 계약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유예해줬으나 아직은 관망하는 기류를 보인 것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도 지난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31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 수는 총 6만1천441건으로, 이달 10일 양도세 중과 시행 후 6만6천914건에 비해 8.2%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일단 매물을 거둬들인 데다 비거주 1주택자 등도 아직 세제개편안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실제 시장에는 정상가격의 매물이 일부 나와 있지만 가격이 높아 거래는 잘 안된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는 현재 전용면적 84㎡ 매물이 35억원에 나온다.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급매물로 인해 지난 3월에는 실거래가가 31억∼32억원 선까지 하락했지만 다시 전고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비거주 1주택자를 비롯해 그동안 집을 팔고 싶어도 임차인이 있어서 못 팔고 있던 집주인들이 매물이 한두 개씩 내놓는데 거래는 잘 안된다"며 "매수자들은 급매물 가격을 찾다 보니 매수·매도자 간 희망 가격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다주택자 매물 중 안 팔린 것들은 양도세 중과 시행 후 매물이 회수됐고, 1주택자 매물도 주택형별로 한 두 건은 있지만 아직 매수자들의 반응이 없다"며 "가격이 더 내려가야 시장이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 지방선거 이후 세제개편안 공개돼야 움직일 듯
시장에선 6·3 지방선거 이후 세제 개편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야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대학교수는 "정부가 다주택자에 이어 비거주 1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도 집은 팔라고 하면서 보유세는 얼마나 늘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은 얼마나 축소할지는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으니 당장 집을 팔아야 할지 판단을 못하는 것"이라며 "다주택자 매물을 좀 더 끌어내기 위해선 양도세 중과 시행 전에 보유세 개편안이 나왔어야 하는데 지방선거를 의식해 공론화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집값이 높지 않고 대출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강북 일부 지역은 매물이 부족하다. 특히 전월세 물건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로 인해 매매가격까지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포레나노원 전용 84㎡는 양도세 중과 시행 직전 12억7천만원 선이던 매물이 최근 8천만원 뛴 13억5천만원에 팔렸다. 역대 최고가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중개사 생활 38년 만에 이런 매물 가뭄은 처음인 것 같다"며 "집주인이 가격을 크게 올린 배짱 매물이나 전화를 유도하기 위한 미끼 매물 외에 정상 매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중개사는 "이곳은 최근 집값이 올라도 여전히 15억원 이하 6억원 대출이 가능한 아파트가 대부분이고, 공시가격도 높지 않아서 집주인들이 보유세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세제개편안이 공개되면 급매물도 나올 수 있지만 매물이 얼마나 늘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세제개편안이 윤곽을 드러내면 강남권과 한강벨트 등 집값이 높은 지역부터 다시 매도자들이 움직일 것으로 본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사정상 세를 주고 있는 비거주 1주택자가 의외로 많아서 매물이 더 나올 수 있고 보유세 개편안이 공개되면 급매물도 점차 늘어날 수 있다"며 "다만 올해 연말이 지나면 다시 토허구역내 매도가 힘든 상황이라 매물 잠김을 어떻게 풀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윤재 기자 sisa_leey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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