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투데이 = 전해원 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조직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80일간에 걸친 수사 일정을 28일 마감한다.
특검팀은 국정 최고 통치권자보다 앞선 위세를 가졌다는 의미에서 'V0'라 지칭되던 김 여사의 여러 범죄 정황을 드러내고 법정에 세움으로써 설립 취지를 어느 정도 충족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를 포함한 20명을 구속 처리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 등 관계자 66명을 재판에 넘겼다. 온갖 의혹의 중심에 선 김 여사는 이번 특검에서만 도합 세 차례 기소 처분을 받았다.
다만 일부 핵심 의혹의 진상을 끝까지 규명하지 못했고, 매끄럽지 못한 수사 방식으로 인해 편파 수사나 강압 수사라는 뒷말을 낳기도 했다. 민중기 특검 본인의 주식 거래 관련 구설수와 파견 검사들의 '집단 반발' 등 내부적인 진통도 상당했다. 특검팀이 종결짓지 못한 사안들은 이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
지난 7월 초 가동을 시작한 특검팀의 초기 행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 청탁 의혹 등 이른바 '3대 의혹'에 집중됐다. 해당 사안들은 세간의 이목이 쏠렸음에도 기존 수사기관이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해 특검 도입의 결정적 계기가 된 바 있다. 특검팀은 7월 한 달 동안 관련 인물들을 광범위하게 훑는 수사를 전개하며 김 여사의 혐의점을 구체화했다.
주가 조작 의혹의 실무를 담당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비롯해,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 청탁 의혹의 전성배 씨 등 주요 인물들 모두가 특검의 강제 수사와 소환 조사를 피하지 못했다. 증거물과 핵심 진술을 확보한 특검팀은 8월 6일 김 여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당시 김 여사는 조사실 진입 전 취재진 앞에서 본인을 "별것 아닌 사람"으로 묘사해 대중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약 11시간 동안 이어진 첫 신문에서 김 여사는 대다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나, 특검은 이튿날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법원은 닷새 뒤 증거 파기 가능성을 근거로 영장을 발부했다. 신병이 확보된 김 여사는 이후 다섯 차례 더 조사를 받은 끝에 8월 29일 재판에 넘겨졌다. 전·현직 영부인이 수사 기관의 포토라인에 서고 구속을 거쳐 기소된 사례는 한국 헌정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후 특검팀은 재판 대응에 주력하는 한편, 수사 과정에서 새로 인지한 의혹들을 규명하는 2단계 수사에 착수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안이 공직 배분 등을 미끼로 고가의 장신구를 수수했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이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등 재계 인사와 관료들이 인사 청탁 목적으로 김 여사에게 명품 시계와 보석 등을 건넨 정황이 포착됐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해외 고가 브랜드 이름들이 연일 보도되기도 했다.
특검팀은 금품 제공 의심자들을 차례로 조사하는 한편, 청탁 의혹 연루자들을 구속 기소하며 수사의 고삐를 죄었다. 혐의 입증을 위한 물증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특검은 지난 2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김 여사를 추가 기소하며 수사를 일단락했다.
하지만 특검팀의 행보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9월 말에는 파견 검사들이 검찰청 폐지 추진에 반발하며 원소속 복귀를 요구하는 단체 행동에 나서 수사 동력이 약화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또한 10월에는 수사를 받던 지자체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발생하면서 강압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민 특검 본인도 과거 상장폐지 전 업체 주식을 매도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심을 받으며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결국 여러 대내외적 악재로 인해 일부 굵직한 사안들은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하게 됐다. 삼부토건 관련 의혹이나 양평 고속도로 특혜 시비, 그리고 이른바 '집사게이트' 등은 규명되지 못한 채 오점으로 남았다. 윤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특검팀은 29일 전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식 해산한다. 이 자리에서 민 특검은 수사 결과에 대한 소회와 함께 구체적인 법리 적용 배경 등을 설명하며 반 년간의 활동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시사투데이 / 전해원 기자 sisahw@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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