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져(Closer)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습니까?”
민소진
silver56@sisatoday.co.kr | 2006-06-01 21:44:03
패트릭 마버(Patrick Marber)의 대표작 는 네 도시남녀를 통해 단순히 뿐 아니라 관계와 소통을 조명하는 깊이 있는 대본으로 1997년 성공적으로 초연을 마친 후 전세계 100여개 도시, 30개 언어로 번역되며 널리 사랑 받았다.
이후 는 영화로 제작 되었으며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등 주연배우들의 호연과 빼어난 영상미로 미국 평론가 협회가 선정한 2004년 10대 영화 중 3위에 랭크되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으로 나탈리 포트만이 노미네이트되는 등 연극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수상경력을 남겼다.
그리고 2005년 한국에서 영화가 개봉되면서 마니아층을 만들어내며 의 작품성을 여실히 증명해 냈다. 이번 는 2005년 공연과 비교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극장의 규모이다.
중극장 규모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한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소극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규모와 객석의 수가 1/3로 줄었지만, 그만큼 가까이에서 배우의 숨소리까지 느끼며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네 남녀의 격정적이고도 팽팽한 대립의 감정들은 대폭 좁아진 공간만큼 밀도를 더 해 전달의 폭발력을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작년 공연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었던 대사전달 마이크가 아닌 육성으로 전달함으로써 감정의 밀도는 더욱 높아지고 공감지수는 그만큼 올라갔다.
또한 이번 무대의 주역이 될 배우들은 3개월에 걸친 연습과 수차례의 자체 오디션을 통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배역을 거머쥔 젊은이들이다. 특히 이번 작품의 태희역에 김지호가 캐스팅되면서 연기자로서의 실력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녀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만큼 이번 작품으로 그간 느꼈던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어내며 배우로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closer의 사전적 의미 중 하나는 ‘관계를 닫는 자’이다. 작품에 적용해 해석하면 사랑이 낳는 또 다른 사랑에 대한 기대와 유혹이 현재관계의 이별을 부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관객은 그 만큼 잠재되어 있는 자신의 본성을 끄집어내 사랑과 관계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극단 ‘차이무’의 대표이면서 연출, 작가, 배우로 활동하는 민복기가 연출을 맡아 친구 같은 부부의 애틋하고 순수한 사랑을 그린 에 이어 현대 젊은 남녀의 소통되지 않는 사랑을 그려낸로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네 남녀가 보여주는 사랑은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은밀히 상상하고 경험해봤을 법한 것들이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적나라하고 거침없는 표현에 자신의 속내를 들킨 것 같은 착각이 들 것이다.
는 에 이은 악어컴퍼니의 두 번째 레퍼토리 작품이다. 2004년 첫 대학로 공연을 시작해 3년간 꾸준히 공연을 올리며 본격 레퍼토리 정착단계까지 끌어 온 악어컴퍼니는 올해 를 다시 무대에 올리면서 레퍼토리 정착을 위한 본격작업에 들어갔다.
작년 공연이 한국에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데 의미가 있었다면 올해는 그 단점들을 보완하고 다듬어 관객의 판단에 따라 레퍼토리로서의 진행여부를 결정하는 진정한 의미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악어컴퍼니는 철저한 준비로 관객들에게 인정받고 2년 안에 를 레퍼토리 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민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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