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무대에 선 블랙핑크 "꿈같아요"
정명웅 기자
hoon1660@daum.net | 2025-08-16 12:17:51
[시사투데이 = 정명웅 기자] "꿈같이(surreal) 느껴지네요. 우리가 여기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첫 여성 K팝 밴드인 듯해요"(로제)
걸그룹 블랙핑크가 15일 밤(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무대에 오른 기쁨을 표시하자 수만 명 관객으로부터 열광적인 환호가 쏟아졌다.
멤버 로제는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해야 해요. 여러분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니까요. 고마워요, 블링크!"라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고, 여지 없이 환호성이 스타디움을 뒤흔들었다.
지수가 두 엄지손가락을 동시에 치켜올리며 환히 웃자 제니, 리사, 로제도 합세했다.
블랙핑크는 이날부터 16일까지 두 차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한다.
지난달 5∼6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 16개 도시에서 31차례에 걸쳐 공연하는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의 중간쯤 왔다.
런던 공연은 특히 '팝의 성지', '꿈의 무대' 등 별명으로 불리는 웸블리 스타디움에 한국 걸그룹으로는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한다는 의미가 있다. 2019년 6월 방탄소년단(BTS)이 K팝 아티스트 최초로 공연한 지 6년 만이다.
최대 9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은 유럽 전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상징적인 공연장이다.
1985년 퀸의 전설적인 무대 '라이브 에이드'가 펼쳐졌고 마이클 잭슨,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 오아시스 등 세계 최정상의 팝스타가 공연했다. 팝스타들에게도 이 무대에 섰다는 것은 커리어상 중요한 이정표로 여겨진다.
블랙핑크도 이날 "런던의 에너지, 정말 멋지다", "놀랍다"고 계속 감탄하며 웸블리 스타디움에 오른 감격을 표시했다.
동시에 이날 공연은 블랙핑크가 왜 이곳에 설 자격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했다.
멤버 넷은 무대를 휘저으며 노래부터 춤, 표정, 손짓 하나까지 2시간 20분 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도록 좌중을 휘어잡으며 세계 정상의 걸그룹다운 내공을 자랑했다.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핑크 베놈'(Pink Venom),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셧 다운'(Shut Down)', '프리티 새비지'(Pretty Savage), '휘파람',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 등 귀에 그대로 꽂히는 히트곡이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영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블링크'(블랙핑크의 팬덤명)는 영어뿐 아니라 한글 가사까지 상당 부분 소화하며 '떼창'으로 따라 불렀다. 공연 말미에 객석으로 카메라를 돌리는 '댄스 챌린지'에서도 많은 팬이 블랙핑크의 안무를 열정적으로 선보였다.
멤버들은 중간중간 "왓츠업(What's up) 런던! 소리 지를 준비 됐나요", "런던, 얼마나 잘 할 수 있나 볼까요"를 외치며 호응을 유도했고, 그때마다 팬들은 스타디움을 떠내려 보낼 듯한 환호로 응답했다.
핑크빛 응원봉과 조명이 물결을 이룬 스타디움 안에는 블랙핑크만의 "블랙핑크 인 유어 에어리어"(BLACKPINK IN YOUR AREA) 구호도 시시때때로 울려 퍼졌다.
네 멤버 각각의 솔로 무대도 펼쳐졌다. 이들이 월드투어에 나서기에 앞서 1년 10개월간 솔로 팝스타로 각자 활동했는데, 그 기간이 그룹으로서 공백이라기보다는 각자 색깔을 더 선명하게 확장하면서 그룹 전체의 다채로움과 성숙함을 끌어올린 느낌이었다.
공연이 후반으로 향하면서 제니의 '라이크 제니'(like JENNIE)와 로제의 '아파트', 블랙핑크의 '뭄바야'와 신곡 '뛰어'는 격렬한 반응을 끌어냈다. 관객들이 제자리에서 계속해서 뛰면서 바닥의 진동이 쉼 없이 느껴졌다.
런던은 블랙핑크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2023년 여름 블랙핑크는 K팝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영국 유명 음악축제인 '하이드 파크 브리티시 서머 타임 페스티벌' 무대에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올랐다. 같은 해 11월에는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으로부터 대영제국훈장(MBE)을 받았다.
시사투데이 / 정명웅 기자 hoon1660@daum.net
[ⓒ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