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택시 도입 불가피"...한은 "규제 풀고 택시면허 매입"

박미라 기자

4724014@daum.net | 2025-09-02 12:00:25

"대비 없다면 택시종사자 피해 더 커지고 소비자 선택권 제한"
"서울 자율주행택시 7천대 운행시 소비자 추가후생 연 1천600억"…한은 분석
강남서 국내 첫 심야 자율주행택시…카카오T 호출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사투데이 = 박미라 기자] 성장 동력과 소비자 이익 등의 측면에서 자율주행택시 도입이 불가피한 만큼, 관련 기술 규제를 과감히 풀고 택시 면허를 매입하는 등 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일 공개한 '자율주행 시대 한국 택시 서비스의 위기와 혁신방안' 보고서에서 "이미 미국과 중국에서는 자율주행택시가 흔할 정도로 상용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량 테스트조차 제대로 못 하는 현실로, 이대로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외국의 소프트웨어에 자동차를 맞춤 제작하는 추종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술 측면의 낙후뿐 아니라, 택시 시장 자체가 자율주행을 비롯한 새 서비스 진입을 제한하는 상황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통 택시 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춘 각종 규제 탓에 시장이 기술 발전이나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새 택시 서비스 출시가 지체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선택권까지 제한받고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뉴욕·런던·싱가포르 등의 택시 시장에서 우버(Uber), 그랩(Grab)과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의 비중은 85% 이상이다. 대조적으로 서울 택시 시장에서는 전통 택시가 9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런 전통 택시 보호정책은 택시 서비스의 경쟁력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심야 등 특정 시간대·지역 택시 부족 현상, 난폭 운전, 외국인 관광객 바가지요금 등 서비스 품질 관련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은 분석 결과 서울에 자율주행택시 7천 대(현재 택시의 10%)가 도입돼 공급 대비 수요가 많은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6시간만 운행해도, 일평균 택시 승차 건수가 약 3만7천800건 늘고 연간 약 1천600억원 상당의 소비자 잉여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서 소비자 잉여는 소비자가 택시 서비스를 이용할 때 실제로 지불한 금액보다 더 큰 가치나 만족을 느낄 경우, 그 차이만큼 얻는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한은은 "준비 없이 자율주행택시가 도입되면 우리나라 택시 시장 구조가 급격히 바뀌고, 이 과정에서 택시 기사를 포함한 관련 종사자들의 피해가 커져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택시 산업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우선 자율주행택시 시장 진입을 위해 여러 규제를 풀 필요가 있다는 게 한은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택시면허총량을 초과하는 어떠한 형태의 상용면허도 추가되기 어려운 현행 총량제를 완화하거나, 아예 자율주행택시를 여객자동차법에 별도 사업으로 정의해 독립적 상용면허를 부여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아울러 한은은 자율주행택시 도입에 앞서 기존 택시 종사자들의 배타적 영업권을 매입해 개인택시 비중 축소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WA) 주 정부가 우버 도입 이후 기존 택시면허 가격이 급락하자, 최저매입가(10만 호주달러)를 보장하면서 택시 면허를 사들여 기존 택시 면허의 99.7%를 매입 완료한 프로그램이 모범 사례로 거론됐다.

추가적 보상으로서 기존 개인택시 사업자에 자율주행택시 기업의 지분 일부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방법도 제안됐다.

한은은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가 자율주행택시 서비스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입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기존 택시 면허 매입 부담이 적은 지방 중소도시부터 여객자동차법 등 규정을 고치고 기존 택시면허 매입이나 이익공유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과거 우버, 타다 등 승차 공유서비스 도입에 따른 사회적 갈등 이후 한국 내 새 택시 서비스 도입에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혁신 기술이 불러올 택시 산업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국민과 이해당사자들이 공감하고 기존 택시 산업 연착륙 비용을 사회가 분담하는 방향으로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사투데이 / 박미라 기자 47240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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