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누크빌 등 동남아 곳곳 조직범죄…부패·빈부격차가 '토양'
이선아 기자
sisatoday001@daum.net | 2025-10-16 09:27:24
앰네스티 "캄보디아 정부가 묵인"…"중국인 총책이 대부분"
[시사투데이 = 이선아 기자]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고문당한 뒤 숨진 사건으로 시아누크빌 등 캄보디아 지역이 주목받는 가운데, 이러한 범죄가 미얀마·필리핀을 비롯해 동남아 지역에 독버섯처럼 퍼져 있고 그 배경에는 부패, 정국불안, 빈부격차 등이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시아누크빌뿐만 아니라 미얀마 미야와디, 필리핀 밤반 등 동남아시아 곳곳에는 불법적인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활용한 사기 조직, 불법 카지노, 인신매매 거점 등이 들어선 상태다.
이들은 국제 범죄조직, 돈세탁 업자, 인신매매범 등으로 구성된 산업적 규모의 사이버 사기 센터를 이루고 있으며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거나 인공지능(AI)·스테이블코인 등 신기술을 적용하는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범죄조직들은 공권력이 약한 무장단체 점령 지역이나 특별경제구역(SEZ), 메콩강 유역 국경 지역 등에 자리를 틀고 카지노·호텔·산업단지·과학기술단지 등으로 위장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중국 중앙당교의 자오선훙 연구원은 올해 초 중국망 기고를 통해 동남아에서 이러한 범죄가 확산하는 데에는 정치·경제·사회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분석했다.
2021년 쿠데타 이후 혼란에 빠진 미얀마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무장세력이 범죄단체의 '보호막' 역할을 해주고 돈을 받는 식으로 공생하고 있으며, 하루 상납액이 100만 달러(약 14억원)를 넘기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또 경제발전 수준이 낮고 빈부 격차가 큰 동남아에서 생활고를 겪는 주민들이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고, 코로나19 확산 당시 카지노들이 문을 닫으면서 범죄단체들이 온라인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로 인해 범죄가 더 심해졌다는 해석이다.
최근 캄보디아 내 한국인 피해자들이 주목받는 가운데, 알자지라 방송은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CPI)를 인용해 캄보디아가 아시아에서 북한·아프가니스탄에 이어 3번째로 가장 부패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캄보디아에서는 훈 센 상원의장과 집권당이 수십 년째 실권을 쥐고 있으며, 국제 시민단체들은 캄보디아의 부패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정부가 많은 사람을 가둬놓고 사기 등에 이용하는 사기 작업장 수십 곳의 잔혹한 학대 행위를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팽창하는 캄보디아 사기 산업은 현재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가량인 연간 125억 달러(약 17조4천억원) 이상을 창출하고 있다고 미국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는 추산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캄보디아·미얀마 범죄조직 관련 개인·기업을 무더기로 제재했는데, 캄보디아의 제재 대상 개인 4명은 모두 중국 출신이었다. 이는 친중 성향인 캄보디아에 중국 투자 자금이 유입된 것과 관련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 재무부는 시아누크빌과 관련, 당초 중국인 범죄자들이 만든 카지노였지만 이후 수익성이 더 좋은 가상화폐 투자 사기 시설로 바뀐 사례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창수 시아누크빌 한인회장은 "6∼7년 전부터 갑자기 중국인 부호들이 시아누크빌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중국인들이 호텔·음식점 등을 크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아누크빌의 범죄 단지 대부분은 중국인 총책이 운영한다"면서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인 총책 밑에서 한국인 중간책이 일하는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캄보디아에 한국인 피해자가 많은 상황과 관련, 2023년 말 미얀마 골든트라이앵글 지역(미얀마·라오스·태국 접경 산악지대) 등이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된 데 따른 '풍선효과'라는 견해도 있다.
UNODC는 동남아 지역이 이러한 조직범죄의 핵심 '시험장'이 되고 있다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전례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여파가 전 세계에 미칠 것이라 경고했다.
또 사기 조직이 남미·아프리카·중동·유럽 등으로도 퍼지고 있다면서 "남미 마약 카르텔, 이탈리아 마피아, 아일랜드 마피아 등과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사투데이 / 이선아 기자 sisatoday0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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