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드디어 결전의 날"

전해원 기자

sisahw@daum.net | 2025-11-13 08:59:28

"잘보고와", "울지마 엄마"
시험장마다 뜨거운 응원 이어져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3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어머니와 포옹하고 있다. 

[시사투데이 = 전해원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3일 오전 6시 45분께 시험장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앞. 동이 채 트지 않아 어둑어둑한 학교로 가방을 주렁주렁 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학부모들은 '결전'을 앞둔 자녀의 손을 묵묵히 오랜 시간 꼭 붙잡거나 볼에 입을 맞추곤 했다. 엄마아빠와 뜨겁게 포옹한 수험생들은 숨을 고르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장으로 고3 딸을 들여보낸 어머니 김현화(42)씨는 "첫 아이여서 너무 떨린다"면서도 "혼자서도 알아서 잘하던 아이였기 때문에 수능을 잘 봐서 꼭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갔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보냈다.

딸에게 애써 담담히 "시험 잘 쳐"라고 말하던 아버지는 시험장으로 들어간 아이가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음에도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다른 시험장의 풍경도 비슷했다. 수험생보다 더 긴장한 듯 교문 앞에서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거나 혹시라도 아이가 볼까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들도 눈에 띄었다.



광진구 광남고 교문 앞을 서성이던 김준경(52)씨는 "막내라서 마음이 더 쓰이고 어제는 긴장해서 잠을 설치기도 했다"며 "그동안 아이가 고생한 걸 떠올리니 애틋해서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자동차고 교사들은 종로구 경복고 시험장에 배정된 제자들에게 과일과 과자 등 간식거리를 나눠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간식 가방에는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 있길 바랄게! 너희는 언제나 선생님들의 자랑이란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교사 조준호(52)씨는 "이것도 돌아오지 않는 기회이지 않느냐"며 "(제자들이) 후회 없이 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용산구 용산고 앞에선 '선배님은 우리의 희망' 등 응원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든 후배들이 정문으로 들어서는 수험생들에게 간식거리와 핫팩을 나눠주며 연신 "파이팅", "수능 대박"을 외쳤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각각 여의도여고와 광남고 시험장을 찾아 학생들과 악수하며 응원을 보냈다.

수험생들은 '수능 한파' 없는 날씨만큼이나 따뜻한 응원에 잠시 미소를 짓다가도 뒤돌아선 이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시험장에 들어섰다.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거나 휴가를 나와 군복을 입고 시험을 보러 온 수험생도 눈길을 끌었다.

수험표를 입에 문 채 강남구 휘문고 시험장에 입장한 이해성(18)군은 "지금까지 노력한 게 헛되지만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찍은 게 맞았으면 좋겠다. 잘 찍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반수생 이하닮(20)씨도 "긴장하지 않고 준비한 만큼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라며 "처음에는 떨려서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았는데 이미 한번 수능을 봐서 그런지 덜 떨리는 것 같다"고 했다.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한 조모(18)군은 "공부한 대로 시험 보고 아는 것만 틀리지 말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들으며 시험장에 들어섰다.

긴장을 풀려고 애쓰는 모습도 여러 곳에서 보였다. "실수 안 하고 시험 보겠다"며 어머니를 꼭 끌어안던 정모(18)군은 장난스럽게 "엄마 울어? 울지 마"라고 말을 건네고는 씩씩하게 시험장에 들어섰다.

오전 8시께 입실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수험생들의 발걸음은 분주해졌다.

입실 마감 1분 전인 8시 9분 여의도여고에서는 검은색 차량에서 내린 수험생이 황급히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차량 운전자인 안명렬(69)씨는 "매년 수능마다 수험생들의 이동을 돕는다"며 "학생이 애초에 늦게 나왔다고 했다"고 한숨을 돌렸다.

시사투데이 / 전해원 기자 sisahw@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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