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환경 파괴 저지…통영 어업인 권익대변에 앞장
이윤지 기자
journalist-lee@daum.net | 2025-07-29 08:21:33
[시사투데이 = 이윤지 기자] 청운의 꿈을 배에 싣고 ‘5대양 6대주’를 13년간 누비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배를 타고 번 돈으로 고향에서 굴 양식업을 하면서도 앞만 보고 내달렸다. 그러다 2003년 병마로 대수술을 받았고, 5년간 험난한 투병생활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야 했다.
생의 끝자락에서 ‘남은 인생은 봉사하는 삶을 살자’ 다짐했고, 그해 고향인 경남 통영시 용남면 대방포 마을이 석산 개발 문제로 몸살을 앓으며, 병중에 이장으로 추대됐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22년간 불합리한 일에 적극 맞서 어업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발로 뛰며 ‘더불어 잘 사는 어촌 실현’에 각고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바로 통영어업피해대책위원회 박태곤 위원장(용남면 이장단장)의 얘기다.
박 위원장은 “병원에서 길어야 6개월을 산다고 했지만 22년째 살고 있다”고 웃으며 “당시 가족들의 반대가 완강했지만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자, 죽더라도 옳은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시작했다”고 담담히 소회했다.
논란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용남면 삼화토취장은 1995년 북신만 공유수면 매립용으로 토사 채취 허가를 받은 7만 8,138㎡의 야산이었다. 그러나 토석 채취는 작업 개시 직후 암반이 발견되면서 중단됐다. 시는 공사 중단과 함께 임야부분 복구공사를 추진하면서 암반도 제거하기로 했다.
이에 주민들은 사실상 채석허가라며 통영시와 시공사를 상대로 ‘삼화토취장 공사금지 소송’을 제시했고,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모두 승소했다. 5년 뒤 2009년 사업자가 통영시를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시작하며 삼화토취장 문제는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결국 2013년 주민들이 또 다시 소송에 뛰어들었고, 2018년 대법원이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며 23년간의 법정 분쟁은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통영LNG발전소’ 가동 시 발생하는 온배수로 인한 주변 생태계 파괴 등을 우려하며, 발전소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4회), 주민공청회(3회) 등을 무산시키고, 사업 백지화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이 산자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하며 사업권을 되찾았고, 1조 3천억 원을 투입해 발전소를 건립했으며, 2023년 시범 운전에 이어 지난해 10월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박 위원장은 “발전소 터빈을 돌리기 위해 800~900도의 고열을 올려야 하고, 폐열을 위해서는 바닷물을 뽑아 올려 물을 식혀야 한다. 이 과정에서 1시간에 약 7만 2천 톤의 온배수가 배출돼 생태계의 교란이 올 수밖에 없다”며 “굴 양식업이 활발한 10월이 되어야 온배수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런 그는 ‘통영 욕지도 앞바다’에 건설되는 ‘해상풍력단지’ 건설을 저지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재 욕지도는 대규모 해상풍력발전소 프로젝트가 4건이나 추진되는 곳이다. 총 계획면적 150㎢, 국제경기가 가능한 축구경기장 2만 2000여 개를 합친 규모로 이중 현대건설(360㎿)을 비롯한 3건의 허가가 완료됐다.
박태곤 위원장은 “어민들이 누구보다 기후 위기를 삶의 현장에서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으며, 탄소중립을 위해 추진되는 해상풍력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욕지도 앞바다는 대를 이어 지켜온 삶의 터전이자 지역 최대 황금어장으로 미래 세대에게 남겨 줄 천혜의 바다 생태계”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민간 사업자가 입지 발굴부터 개발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인허가 여부만 판단한 결과 멸치 떼와 이를 먹이로 하는 각종 포식어류가 유입되는 길목에 해상풍력 발전기가 꽂힐 판”이라며 “정부는 무너진 해역 질서를 바로잡고, 수산업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금 3%가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는 역할처럼 공의(公義)·공익(公益)을 위한 일에 정진하고 어민의, 어민에 의한, 어민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박태곤 위원장의 행보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한편, 통영어업피해대책위원회 박태곤 위원장은 바다생태계 파괴 저지 운동을 통한 통영시 어업인의 권익 대변에 헌신하고, 어업피해 대책 마련 및 어업인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면서, 지역현안 해결과 이웃사랑 실천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5 대한민국 신지식경영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시사투데이 / 이윤지 기자 journalist-lee@daum.net
[ⓒ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