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돌이켜보면 8년간 어느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장남으로 자란 아들이 대학교를 입학하자마자 ‘기분이 좋아지고 활력이 넘치는 비타민 같은 것이니 마셔보라’는 선배의 꾐에 빠져 한순간 마약 중독자가 됐다.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지만 ‘마약에서 구해내겠다’는 의지 하나로 엄마는 안 해본 일이 없을 만큼 아들의 단약에 힘썼다. 해외 곳곳으로 유학 및 마약재활센터에 보냈지만 가는 곳마다 판매책이 끈질기게 따라와 마약을 권했다.
결국 과다복용으로 생의 끝자락에 선 아들을 살리고자 직접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목숨을 내어줄 만큼 사랑하는 자식이 중독의 굴레를 벗지 못한 채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심한 우울증에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던 엄마는 아들이 교도소에서 ‘예수님을 만났다’는 얘기를 듣고, 그날부터 유명 목회자의 설교를 들었다. 신앙이 아들의 회복에 도움이 될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고, 주말마다 교회를 찾아 복음을 깨우치며, 마약 치유 운동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바로 (재)기독교마약중독연구소 이선민 이사장의 얘기다.
기독교마약중독연구소는 지난해 4월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사역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발대식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답콕(DAPCOC·대학생 마약예방 연합동아리) 두상달 이사장, 마약 예방 치유 운동단체 은구(NGU·Never Give Up)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 가수 범키, 국회의원, 교육감 등 교계 각계 인사가 참여하며 함께 동행하기로 결단했다.
이런 기독교마약중독연구소는 ▲마약 중독자와 중독자 가족을 위한 중보기도, 자조 모임 운영 ▲여성 중독자를 위한 기독교 마약중독 재활센터 건립 ▲한국형 약물법원 시스템 도입 촉구 ▲회복자들의 사회복귀 지원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중보기도를 비롯한 중독회복훈련, 초등 약물예방교육, 청년들을 위한 마약예방교육, 방송출연(CTS, CBS, 극동방송), 병원 협약, 교도소 및 법무병원에 있는 약물환우 사회화 훈련 등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또한 이 이사장은 사재를 털어 20여 곳 이상의 교회 및 단체를 후원해왔다. 지난해 12월 연구소가 재단법인으로 전환되며 올해부터 ‘선택과 집중’에 역점을 두고 연구소를 운영할 방침이다.
이선민 이사장은 “마약 중독자들의 사례를 보니 정부에서 운영하는 시설보다 기독교 가치관으로 돕는 시설에서 회복을 도왔을 때 성공률이 7배 이상 높았다”며 “단체가 종교 색을 띠면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렵지만 연구소 이름에 ‘기독교’를 넣은 이유도 마약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예수님 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과거 마약 중독을 겪고 회복자의 길을 걷고 있는 기독교마약중독연구소 양선영 소장이 마약 중독의 위험성과 회복과정을 전파하며 중독자와 가족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마약 중독자가 단약에 성공하는 일은 기적과도 같다. 한 명의 중독자가 또 다른 중독자를 양성하고, 교도소에 수감돼도 마약 사범끼리 공급처를 개척하며, 중독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도 이들을 음지로 이끈다. 반면 한 명의 회복자가 더 많은 사람들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양 소장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한때는 중독자였지만 지금은 회복자로서의 양선영 소장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존경과 사랑으로 대하는 이선민 이사장은 이미 한국 사회의 편견과 맞서고 있다.
이선민 이사장은 “일례로 미국의 경우 치료에 초점을 맞춘 ‘약물 법원 시스템’을 도입하고, 중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단약의 기회를 제공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환자 중심의 진료, 처방, 약물치료 교육, 상담 및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처벌보다 치료에 목적을 두고 각계 전문가들이 협력해 마약중독자 구제에 힘을 실어야 함”을 강조했다.
덧붙여 “대한민국에 마약류 중독자가 280만 명이 넘어서고, 10대, 20대 마약류 중독자들이 45%를 차지하지만 그에 비해 마약류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앞으로 교계 및 각계각층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마약 중독자들이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기독교마약중독연구소 이선민 이사장은 마약 예방 교육과 중독 치유 사역에 헌신하고, 마약 중독자들의 재발방지 및 재활 지원체계 구축을 도모하면서, 마약류의 위험성 전파와 사회 안전망 강화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5 대한민국 미래를 여는 인물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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