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우리는 여성을 오해하고 있다. 여성의 몸으로 다시 쓰는 2억 년 인류의 역사를 통해 여성의 몸을 알아보자.
'여성의 몸'은 의학 연구에서 오랫동안 소외돼 왔다. 신약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의 대상은 대부분 수컷과 남성이었고, 그렇게 출시된 약은 성별 구분 없이 체중과 나이에 따라 투여량이 결정됐다.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에 초점을 맞춘 '성차의학'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미국 컬림비아대에서 서사와 인지의 진화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캣 보해넌은 책 '최초의 이브들'(원제 'Eve')에서 그동안 주로 남성의 몸을 중심으로 서술된 인류 신체의 진화를 여성의 몸으로 풀어냈다.
여성은 왜 수유를 하게 됐는지, 왜 아기를 몸 안에 품게 됐는지, 남성과 여성의 감각과 뇌는 어떻게 다른지 등을 2억년의 시간을 거슬러 설명한다. 오랜 시간을 거슬러 가면 이러한 신체적 특징의 기원이 된 암컷, 즉 최초의 '이브'들이 있다.
포유류 젖의 이브는 족제비와 쥐의 잡종처럼 생긴 2억400만 년 전 생물 '모르기'(모르가누코돈)다. 갓 태어난 새끼는 건조, 포식, 기아, 질병이라는 네 가지 중요한 위험과 마주치게 되는데, 모르기는 이 네 가지 모두와 싸우기 위해 새끼에 젖을 먹였다.
자궁의 이브는 태반류 포유류의 조상인 6천700만∼6천300만년 전의 '돈나'(프로툰굴라툼 돈나에)다. 몸 안에서 품어 살아있는 새끼를 낳는 일은 알을 낳는 것보다 복잡하고 위험한 일이었지만, 둥지에서 알을 돌볼 걱정 없이 더 오랜 시간 먹이를 찾을 수 있고, 온도와 습도 조절이 용이하다는 등의 장점도 있었다.
이러한 기원들을 짚어보면서 저자는 여성의 몸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가령 여성들이 "애 낳으면서 뇌도 같이 낳았다"고 말할 정도로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에도 진화적인 이유가 있다. 임신한 여성의 뇌는 임신 3분기에 부피가 5% 정도 줄어들고 출산 후 첫 몇 달 동안 꾸준히 재건된다고 한다.
이는 "극도로 손이 많이 가는 신생아를 돌보고 그 아이를 아주 오랫동안 깊은 사회적 환경에서 키워야 하는 치열한 생애 단계를 앞두고 인간의 뇌가 적응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런가 하면 밤에 아이 울음소리를 듣고 좀처럼 깨지 못하는 남편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귀는 저음에 주파수가 맞춰진 반면, 여성의 귀는 2㎑ 이상의 고음에 더 민감한데, 이게 바로 아기 울음소리의 표준 음높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진화적 이점은 아주 분명하다. 아기가 우는 소리에 주파수를 맞추면 아기를 안고 도망치거나, 포식자와 싸우거나, 적당한 과일 조각이나 젖꼭지를 입에 물리는 등 울음을 멈추게 하는 행동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158쪽)
시공사. 안은미 옮김. 708쪽.
박미라 기자 47240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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