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 이윤지 기자] “밥은 먹었니?” 딸의 안부가 궁금한 어머니의 전화 첫마디다. 그저 자식이 별 탈 없이 지내는가를 묻고 바라는 마음이 ‘밥’이란 단어에 함축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의 밥상은 먼 길을 달려서라도 마주하고 싶은 그리움과 아련함, 밥상 앞에서나마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은 삶의 고단함과 애달픔이 담겨있다.
이런 어머니의 정성과 손맛으로 ‘건강밥상’을 차리는 이가 있다. 전남 여수시 봉산동 게장거리에 위치한 ‘여수명동게장’ 정은경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전남 나주에서 5남매의 장녀로 태어난 정 대표는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자랐고, 생업으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의 끼니를 책임져야 했다. “9살 때부터 음식 솜씨가 빼어난 친정엄마에게 비법을 전수받았고, 평소 ‘요리 실력이 수준급’이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는 그녀는 남편의 사업 부도로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2015년 종자돈 천만 원으로 개업한 여수명동게장은 오로지 구전(口傳)으로만 문전성시를 이루며 평일에도 번호표를 뽑아야 할 만큼 손님들이 줄을 이었고, 오늘날 연매출 120억 원을 달성했다.
이처럼 순풍의 돛을 달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정 대표지만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고 부지런하다. 최고 품질의 국내산 재료만을 공수하고, 새벽 4시면 식당에 나가 장사를 준비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음식을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개업 이래 딸의 결혼식 단 하루만 가게 문을 닫은 일화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좋은 재료, 전통 방식, 오랜 정성’으로 돈의 가치를 뛰어넘는 정직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그녀의 ‘초심과 겸손함의 미덕’도 여수명동게장을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 시킨 밑거름이다.
정은경 대표는 “여수명동게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본가 집터를 허물고 식당 건물을 신축하며, 주차장까지 확보·투자한 남편(이수복氏)의 추진력과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소비자 니즈에 맞게 마케팅을 펼친 딸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실제 매장 고객과 포장 손님이 전부였던 여수명동게장은 딸(이태영 대표)이 합류하며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시켰고, ‘전국 최초 1호 모둠꽃게장’을 출시해 이른바 대박이 났다. 여기에 봉산동 게장거리를 대표하는 관광 상품을 만들고자 돌게 모양으로 빵을 개발하고 상품화시켜 직접 매장까지 운영하고 있다.
지역상생과 사회봉사에도 소홀함이 없는 정 대표는 독거노인,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된 이웃들과 동행하며 물심양면 힘을 보태면서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스스로를 낮춰왔다.
정은경 대표는 “봉산동 게장거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며 주차대란과 안전문제 등으로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주차요원을 배치해 교통정리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에서 공영주차장 확보가 시급하다”며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봉산동 게장거리에 공영주차장이 조성될 수 있도록 여수시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어 “항상 ‘내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최고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고, 고객만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미력하나마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나누고, 더불어 함께하는 삶’으로 보답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한편, 여주명동게장 정은경 대표는 전라도 전통 게장전문점으로 맛·위생·서비스 수준 향상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에 헌신하고, ‘모둠꽃게장’ 개발 및 고객만족도 강화를 이끌면서, 여수의 식문화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5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시사투데이 / 이윤지 기자 journalist-l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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