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법인세, 올해는 종부세…2년 연속 '증세' 세제개편
[시사투데이 이용운 기자] 이재명 정부가 임기 2년 차에 '세제 정상화'를 내걸고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전반을 수술한다. 약 4년 만의 개편이다.
과도한 혜택을 정상화해 과세 형평성을 높여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이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율 인상으로 기업을 겨냥한 데 이어 2년 연속 '증세'안을 내놨다.
◇ 실거주 1주택 보호…초고가·비거주는 전방위 압박
재정경제부가 3일 공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부동산 세제 개편이다. 특히 종부세 개편은 2022년 12월 현행 체계를 갖춘 이래 처음이다.
핵심 키워드는 '정상화'와 '합리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사전 브리핑에서 "집은 바잉(buying), 즉 사는 것이 아니라 리빙(living), 즉 사는 곳이라는 원칙 하에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이 정착되도록 부동산 세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가) 40억원에서 50억원 수준을 초과하는 주택은 과세를 정상화하겠다"며 "또한 거주하지 않는 주택과 다주택은 기본공제 금액을 축소하는 등 과도한 혜택을 정상화해 과세 형평을 제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종부세는 과세 체계가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 기준으로 바뀐다.
세 부담 상한 비율은 현행 150%에서 200%로 올린다. 과세표준을 산출하기 위한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현행 60%에서 70∼80%로 높인다. 고가·비거주 주택은 조인다.
1세대 1주택자는 보호한다. 14억원(시가 약 20억원·상위 약 2%) 이하 소유자는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대신 비거주자는 거주자가 받는 14억원 기본공제를 9억원만 받게된다.
실거주 1세대 1주택자라도 시가 35억원부터 종부세가 늘어나고, 46억원이 넘으면 세 부담이 급상승한다. 초고가 1·2주택자에게도 3주택자와 같은 최고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그동안 한도 없이 양도차익에서 최대 80%까지 공제해 주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바뀌어서 2029년부터 보유가 아닌 거주 기간으로만 공제된다. 공제 한도도 새로 생겨 2028년 20억원, 2029년 이후 10억원으로 강화된다.
◇ "매물 유도 하방 압력"…전세시장 불안 전이 우려도
대대적 세제 개편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재경부 조만희 세제실장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이번 개정은 과도한 혜택을 정상화하는 차원으로, 집값 안정이 주목적이 아니다"라며 "부수적으로 다주택자·임대사업자 매물이 나와서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준선이 중요하다고 했던 초고가 주택과 관련해선 "초고가 기준을 만들어놓고 과세체계를 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제 개편을 앞두고 정부의 정책토론회가 2주간 5차례 진행되면서, 금융·공급 대책과 함께 세제 역시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작동해야 한다는 국민 요구가 분출한 상황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대출 규제가 맞물린 상황에서 보유세 강화는 주택 보유 성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보유 성향이 떨어지면 수요는 줄고 매물은 늘어 주택 가격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세 부담이 집중되는 고가 아파트가 강남 3구에 몰려 있어 서울과 다른 지역 아파트 간 가격 양극화가 일시적으로 좁혀지는 현상은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어떤 정책도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흐름을 바꿀 수는 없어 중장기적으로는 의문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또 "보유 성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면 세입자는 매수 대신 전세에 머무르려 하고, 다주택자 매물이 이어지면 전세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며 "정작 주거 불안이 가장 큰 임차 가구에 더 심각한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종부세 버틸 만한 수준"…강도 미달 지적도
반면 단기 충격이 있더라도 더욱 강력한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유세는 시가 40억원 이상 보유자도 버틸 만한 수준"이라며 "양도세 공제 한도는 내년부터 바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주라는 이유로 보유세·양도세에 구멍을 더 만든 것 아닌가"라며 "윤석열 정부도 세제 개편에서 '정상화'를 붙였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지금처럼 선거가 없는 시기에 보유세 제도가 세게 나와줬어야 하는데 매우 실망스럽다"며 "어느 정부든 세제 강화에 겁을 내는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니 이번 정부도 어려울 테지만, 일부 국민들이 '나도 막차라도 잡아볼까' 하는 생각을 할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매년 달라지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과표·세율이 단계적으로 조정되며 자신이 종부세 대상이 될지, 얼마를 내야 할지, 향후 부담은 어떻게 변화할지 당장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동산세제가 복잡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득이 끊긴 은퇴 고령층이 보유세 부담에 밀려 이주를 선택해야 한다면, 세제가 헌법상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65세 이상 1주택자가 비수도권으로 이주할 때 양도세를 최대 50% 깎아주기로 한 것은 오랫동안 살던 동네를 떠나라고 등 떠미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선택권과 인센티브를 주는 구조로 제도를 설계했다"며 "서울 내에서 주택 면적을 줄여 이동하는 경우도 혜택을 줘야 하는지 검토했지만 세제간 형평 문제가 있어 비수도권으로만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 조세지출 정비하며 10년짜리 공제 '모순' 지적도
정부는 '세제개편'이라는 간판에 걸맞게 부동산뿐 아니라 민생·지방 지원,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개편안도 내걸었다.
저소득층의 근로 장려와 소득 보강을 위해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해 73만가구에 추가 혜택을 준다.
지방에 연구개발(R&D)·투자 세제 공제 혜택이 수도권의 최대 1.5배가 되도록 한다.
글로벌 경제 안보와 녹색 전환 측면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반도체·태양광발전·이차전지 등 품목을 국내 생산·판매량에 따라 세액을 공제해 주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한다.
하지만 조세지출 241건을 전수 검토해 115건을 정비한 결과 2조5천억원의 세수 효과가 예상된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2036년까지 이어지는 대형 조세지출(생산세액공제)을 신설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세제개편안의 세수효과는 5년간 3조4천430억원(전년 대비 기준·순액법) 증가다. 지난해(세제개편안 기준·8조1천672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증세'안이다.
다만 법인세 인상으로 대기업 세부담이 크게 늘었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대비된다. 대기업(-578억원)과 중소기업(-791억원) 부담은 줄어드는 반면, 종부세가 5년간 2조1천815억원 늘어난다.
정세은 교수는 "이익이 많이 나는 기업까지 세액공제를 주는 것은 감세를 더 얹어주는 구조"라며 혜택 중첩을 우려했다.
이어 "한국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가 있어야 하는데 공제는 늘고, 들어오는 세수는 기금으로 묶으면 복지 재원이 없어지는 문제가 생긴다"며 "고용이라도 많이 창출되면 괜찮겠으나 최근 산업 변화는 고용 창출이 더 떨어지는 방향"이라고 우려했다.
이용운 기자 sisatoday0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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