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콩 우수 생산단지 교본…청년농업인 유입 ‘본보기’
이윤지
| 2025-05-02 09:44:57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농업·농촌은 우리 민족의 뿌리나 다름없다. 나라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힘이고, 대대손손 일궈온 삶의 터전이다. 일례로 우리 조상들은 ‘농사가 천하의 큰 근본(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의 농업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농산물 수입개방과 농가소득 감소, 농촌인구의 이탈과 고령화 등으로 생명산업이자 국가기간산업인 농업이 지속가능성을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가 수는 2022년보다 2.3% 줄어든 99만 9000가구로 나타났다. 1970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농가 수가 100만 가구에 미치지 못한 건 사상 처음이다. 농촌 고령인구 비중도 50%를 넘기면서 고령화 현상 역시 심화됐다. 농업인 둘 중 한 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지표가 말해주듯 농업인 고령화는 농업 생산성, 농가소득 감소의 바로미터다. 농촌을 되살리려면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 한마디로 농업의 혁신·성장의 키(Key)는 경제활동의 주축인 청년농업인에게 있다.
바로 그 점에서 전북 김제시 죽산면에 위치한 ‘석산영농조합법인(이하 법인, 대표 표필종)’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상생과 협력의 가치 전파로 청년농업인 유입의 롤-모델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2002년 벼와 조사료를 재배하고, 한우를 사육하며 석산한우영농조합법인의 이름으로 첫 발을 내딛은 법인은 2020년 논콩 전문단지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같은 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식량작물공동(들녘) 경영체 육성사업’에 선정되며, 시설·장비를 지원받아 콩 재배에 탄력을 받았고, 2023년 콩 선별장(SPC) 설립까지 착착 진행해왔다.
특히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는 ‘제1회 국산 콩 우수 생산단지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그간의 공로를 높이 인정받았다. 축분 퇴비를 밑거름으로 토양에 환원하여 지력증진에 힘쓰고, 병해충 방제를 적기에 실시하며, 습해·침수 방지를 위해 배수로를 정비함이 그 비결이다.
그러면서 법인의 임원들이 방제·생산 등의 역할 분담을 통해 회원 농가의 재배를 돕고 노하우, 정보 등을 공유한다. 한마디로 체계적인 영농교육과 재배기술 전문화로 콩 품질 향상과 생산성 증대에 방점을 찍었다.
그 결과 법인은 2024년 콩 수매 당시 납품한 콩의 94%가 특 등급을 받았다. 회원 농가의 총 생산량은 600톤 가운데 540톤이 넘는 물량이 가장 높은 수매가격(kg당 4800원)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순풍의 돛을 달고 승승장구하자 2020년 15곳(69ha)에 불과했던 회원 농가도 올해 86곳(184ha)으로 크게 늘었다. 2019년 5억 4200만 원에 불과했던 매출액도 2023년 32억 원까지 급상승하며,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견학·강의요청이 쇄도한다.
이재근 기획이사는 “농가소득이 증대하자 자연스레 젊은 층이 유입됐고,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파종부터 수확까지’ 법인이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며 15명의 청년농업인을 육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이 우수한 논콩 재배단지로 주목받기까지 표필종 대표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2012년부터 법인의 제2대 사령탑을 맡아 온 표 대표는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솔선수범하며, 회원 농가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2005년 농업에 뛰어들어 자수성가의 기틀을 다진 그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고 부지런하다.
표필종 대표는 “회원 농가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법인의 과제”라며 “학교 급식에 국산 콩기름을 공급할 수 있도록 유통기지를 만들고, 지역상생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의 폭을 넓히며,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란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나만 잘사는 농업은 희망이 없다! 더불어 잘살 것!”이라는 석산영농조합법인이 써내려갈 다음의 스토리가 기대된다.
한편, 석산영농조합법인 표필종 대표이사는 고품질 콩 생산과 농업 경쟁력 강화에 헌신하고, 논콩 전문생산단지 육성 및 농가 소득 증대를 도모하면서, 청년농업인의 롤-모델 구축과 농촌 활력 증진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5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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